불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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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홀로 누운
작은 불새 한 마리
수풀 사이 언듯 언듯 뵈는 하늘 보며
가슴속 자리 매김한 둥지 잊으려
요동치는 그리움을 애써 지우려
부리 사려 물고
밤을 삼키고 새벽을 들이켜도
숙제는 끝이 없고
어느새 풀숲 바닥엔 냉기로 가득하다
둥지를 이탈해 날아 오른 지
이듬해가 되어도
헝클어진 숲에선 하얀 실오리
생겨 날뿐!
가슴속의 재는 뽀얗게 쌓여만 간다
불새가 머문 곳은
볼품없는 작은 섬!
밤마다 이슬을 먹고 허기를 채운다
벗어난 둥지가 그리워
별을 세며 아침을 맞고
해를 조각 내 먹어도 허기는 면할 길 없어
작은 섬에
어설픈 둥지를 틀어 보건만
사면에 불어오는 거센 바람
막을 길 아득하다
불새의 불행시작은 오만이 아니며
태초에 당겨 놓은 어미에서
씨 뿌려졌고, 세월 거듭 속에
날카로운 정에 모난 큰 불새 만나
불행의 시초가 되었다
한때
불새는 행복한 꿈을 꾸며
태어난 새끼들에게 날개 짓 가르치며
그들만의 튼튼한 둥지를
구축해 나갔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큰 불새 정에 맞은 아픔 되살아나
생채기 내며 아집을 만들어
족쇄를 채우고
정갈하게 틀어 올린 둥지마저 위태롭게 만드니
작은 불새 버티다 슬픔 끌어안고 둥지를 떠났다
이제
밤을 홀로 지새우는 작은 불새!
외로움과 서러움에 눈물 지우며
기나긴 시간 여행을 떠났다가도
미래에 희망을 품고
붉은 깃틀 고추 세우며
꿈을 안고 큰 날개로 포물선 그리며
전설 속으로 도약한다
잃었던 둥지를 찾으려
2000.10.17.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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