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육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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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도 바람이 불었나 보다.
풀잎에 이슬이 내려 앉지 않은걸 보니
서늘한 아침 바람이 조금은 차면서도
정신을 맑게 씻어준다.
육월답지 않은 날씨다.
연못위 수면이 바람에 파문을 내며
끝없이 떠밀려 나가고
물속의 그림자들이 길을 잃었다.
오랜만에 아카시아 숲을 걸었다.
꽃잎은 졌지만 아직도 그 향이
숲속에 배여 그윽하게 풍겨온다.
안먹은 술이 확 깨이는 기분이다.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가 청량하다.
아카시아 나무하나 분질러 지팡이 만들고
칡등쿨 한줄 짤라 머리 동여매어
너른 바위 위에 올라 앉아 신선놀음 할꺼나.
새들이 날 반기는건지
무단 출입한 날 내 쫒는건지
시끄럽게 조잘댄다.
다리가 긴 아카시아 나무터널 사이로
하늘이 언듯 언듯 보이고
길섶엔 키작은 떡갈나무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염주 괴불주머니꽃과
이름모를 풀과 작은 나무들이
바람에 궁시렁 대는 아침이다.
그러나 나의 몸과 마음은
구름위에 둥실 올라 앉은 아침이다.
2001.6.1.아카시아숲 산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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