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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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나이는 벌써 중년을 웃돌고 있다.
흔히들 오십 밑자리 깔았다는 표현들을 하건만 그녀는 그런 곳에 별 관심이 없다. 인생은 나이와 맞물러 가고 있지만 나이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유월의 장맛비가 연일 내리고 그녀는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보며 깊은 상념에 잠겨있다. 가슴속은 회오리바람으로 삭풍이 불고 그녀의 등 뒤론 고독이 엄습해 있다.
여태까지의 삶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를 짓누르고 맑은 햇살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건만 그녀는 속수무책이다.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결혼이란 너울 좋은 그때를 떠올려 본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두고 틀림없이 연애결혼을 할 것 이라고 장담했는데 그녀는 선을 보자마자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결혼의 굴레 속에 묶여 버렸다.
사랑은 알 것 같은 나이지만 결혼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그녀. 그런 그녀에게 장녀라는 또 하나의 푯말이 붙어 부모님께 반은 등 떠밀려 면사포를 쓰고 키가 훌쩍 큰 사내에게 시집 이란 걸 간 것이다.
사내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완전히 쏠려 싱글벙글하며 결혼을 재촉했고 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부모님의 장단과 사내의 손 이끌림에 앞뒤 잴 틈도 없이 그렇게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 잡혀간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었다고 도리질을 해 보건만 이미 지나간 시간들. 결혼 날짜를 통보받고 밤새도록 동생을 부여잡고 울었던 그녀!
그녀는 꿈이 있었다.
결혼보다 먼저 더 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결혼은 독약을 마시는 기분 이었을 테고 어찌 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표본이기도 했다.
씨족마을로 구성되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골 마을.
이웃 친지들의 성화도 있었을 테고 또 부모로서의 책임 완수를 위해 결혼 점령기를 넘기고 있는 딸이 부담도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여우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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