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바람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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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햇살이 식어가고 있는 오후...
파리가 날아다닐 정도로 고속도로는 한가했다.
그래 땡이 로구나!
이럴 때 한번 달려 보는 거야!
평소 때도 운전을 좀 급하게 하는 편이라 누구든 곁에 타면 천천히 하라는 말을 듣는 편이다. 한번 혼쭐이 났지만 습관 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잘 고쳐 지지가 않는다.
깍두기도 나의 맘을 아는지 가자는 대로 신나하며 달린다.
계기판을 보니 바늘이 140에 가 있다.
속도를 조금 낮췄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오다보니 안동이란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친구랑 전화 통화할 때 안동 하회민속마을에 댕겨 오라는 말이 생각나 들려볼까 하다 그냥 지나쳤다. 담에 오지 뭐.
안동을 그렇게 지나쳐 대구로 향했다.
또 그렇게 오다보니 서대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하양에서 대학 다니는 딸아이 생각이 난다. 대구에서 하양까진 그리 멀지 않는데 싶어 전화하니 피아노 연습 땜에 많이 바뻐다고. 그래 바뿐건 좋은 거야.
대구 못 미처 칠곡쯤 오니 깍두기가 기름통에 양식 떨어졌다고 헉헉대며 노란 불을 켜고 나에게 겁을 준다. 아고... 큰일 났다. 휴게소도 없고 가끔 동네가 나오지만 그긴 아무리 봐도 깍두기 밥이 없을 것 같고 당황한 나머지 친구에게 전화했다.
친구는 또 나무란다. 저번에 딸아이 만나러 갔다 올 때도 그러더니 제발 좀 미리 점검해 다니라고. 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잖아. 먼 길을 오다보니 고속도로가 다 먹어버린걸....
그러고 보니 깍두기 배가 적다는 걸 생각 못했구나.
아무리 많이 먹여본들 뭘 해. 용량자체가 적은걸. 깍두가 미안하다. 다음엔 배 안 굶길께.
길거리에 퍼질러 앉을까봐 깍두기를 달래며 조마 조마하는 맘으로 서대구 까지 왔다.
매표소 직원에게 주유소를 물으니 현풍까지 가던지 아니면 서대구시내로 들어가 다시 나와야 한단다. 할 수 없이 서대구로 들어가 깍두기 배를 가득 채우고 되돌아 나와 구마고속국도에 올랐다. 다음에는 미리미리 점검해 이렇게 간 조리지 말아야지.
깍두기는 배를 채워주니 씽씽 잘도 달린다.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깍두기는 정신없이 달리고 나의 머릿속은 텅텅 비어있다
창원이 눈앞에 다가 오자 반가우면서도 머릿속이 또 복잡해진다.
삶은 마음이 풍요로워야 편안하게 사는 건데 항상 마음속에 온갖 잡념들이 우걸거리니.
그런 걸 내다 버릴려고 여행을 갔었던 것인데 못 버리고 왔나보다.
그래도 너무 운치 있고 나만의 세계를 휘돌다 왔으니 마음이 뿌듯하다.
집에 들어오니 몸이 파김치다.
하루에 열 시간 이상으로 운전대에 앉아 있었으니 파김치 되고도 남지.
벽에 붙은 지도를 바라본다.
이번엔 서해 쪽으로 눈길을 주지만 언제가 될지.
내마음속의 역마살이 없어지지 않는 한 난 또 가리라!
그 무엇을 찾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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