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제인

제 인

사월의 바람 (4)



	세상은 참으로 넓구나. 낯선 동네를 지나고 낯선 길을 지나면서 묘한 감정에 빠져 든다. 이렇게 한번 여행을 떠나기 위해 참 많이도 벼르고 생각도 많이 했었다. 이번 여행에는 또 전화로 길잡이가 된 갑장께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지리도 잘 모르고 길도 잘 모르는 나에게 일일이 전화로 여기저기를 갈켜 준 길잡이 나의 갑장 친구! 정말 너무 고마워잉! 담에 맛난 거 한 턱 낼께~! 갑장이 일러 준대로 홍천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단양으로 향했다. 갑장 말에 의하면 단양에는 도담 삼봉과 고수동굴이 유명 하단다. 먼저 도담삼봉을 보기위해 젊은 세 사람이 마침 점심을 먹고 나오 길래 길을 물으니 친절히 도담삼봉까지 길잡이를 해준다. 알고 보니 창원 사람이다. 반가웠다. 내가 뭐든 대접해야 하는데 음료수대접까지 받고 도담삼봉과 고수동굴에 대해서도 짤막한 설명을 들었다. 여기는 올갱이가 유명 하단다. 올갱이가 뭔지 알고보니 다슬기를 올갱이라 했다. 올갱이는 특히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단다. 술을 좋아하다보면 간은 으레 안 좋을 것! 그러니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딱이겠구먼. 올갱이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고 도담삼봉을 바라봤다. 그냥 흐르는 넓은 개천에 섬이 세 개가 떠 있을 뿐이다. 전설에 대해선 모른다. 중에서도 큰 섬에 작은 정자가 이채롭다. 보이는 건 넓은 시야와 작은 섬 세게, 들리는 건 지나다니는 차 소리와 라디오 소리. 라디오 볼륨은 어찌나 크게 틀어났는지 강석 목소리와 김 혜영 목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도담 삼봉에 대해선 더 알고 싶어도 누구에게 세세히 더 물어 볼 때도 없고 배도 부르고 잠도 오고 마음은 나른하고... 해서 고수동굴로 향했다. 태고의 신비 고수동굴 단양 팔경에 들어가는 고수동굴 소백산 줄기인고수봉 해발 160미터 지점에 위치한 동굴로 약5억년전 고생대 전기 해저에서 퇴적된 석회암 동굴로 천년기념물 제256호로 길이는 1700미터란다. 이 동굴은 1973년에 발견 되었으며 1976년에 개발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굴내의 온도는 일년 내내 14도이며 습도는 90~100%를 유지한단다. 동굴 속에 사는 동물은 박쥐, 딱정벌레, 노래기, 거미등이 살고 물에는 염주다슬기 물고기등 28종이 산댄다. 정말 놀랍다. 특히 종유석과 석순이 자란걸 보니 어디 미지의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고 사람들과 떨어져 있을 때는 무서워 잽싸게 걸음을 놀렸다. 그런데 너무 아름답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를 숙이고 싶다. 고등동물인 인간이 아무리 천하를 잡고 과학을 발달시켜 인공비도 오게 하고 눈도 오게 한다지만 이렇게 신비로운 건 죽다 깨어나도 못하리라! 맨날 두들겨 뽀수고 고치고 주무는게 인간의 한계지 싶다. 독수리바위, 사자바위, 문어바위, 백층석탑, 마리아상, 여기도 도담삼봉을 닮은 바위가 있어 이름도 도담 삼봉이다. 그리고도 옥바위, 산돼지바위, 두꺼비바위, 사랑바위 코끼리바위, 베어컨종유, 또 말 못할 바위가 있는데 사람들의 상상에 맡긴 단다. 일명 음석 이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모를 것이고... 여긴 선녀도 살았나 보다. 선녀가 목욕하는 선녀탕도 있다. 그 외도 들으면 기분이 묘해지는 남근석, 유방석, 님이 없는 사람은 한번씩 안고 지나가면 님이 생긴다는 님의 기둥... 이참에 나도 한번 안아보고 님이 정말 생기는지 시험해 보까? 특히 사랑 바위를 보니 견우와 직녀를 생각나게 했다. 종유석과 석순의 만남지점이 안타까울 정도로 가깝지만 만나지 못했기에.. 종유석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부분에서 즉석 사진도 한판 찍었다. 거금 오천냥을 들여서. 고이 간직 해야지. 동굴 밖으로 나오니 따가운 햇살과 죽령 고개가 날 기다리고 있다. 그래 소백산 줄기를 타보는 거야! 여기도 다른 산과 별반 없이 꽃들이 울긋불긋 피어있고 한낮의 게으른 햇살이 서서히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계 바늘이 3시에 가 있다. 갑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묻는다. 죽녕 고바우를 넘고 있다하니 죽녕 고개위에 휴게소가 있고 거기 가면 강원도 찰옥수수를 필히 사먹어 보란다. 군침 땡기는 소리다. 꼬불꼬불한 고갯길에서 찰옥수수란 말에 깍두기 엉덩이에 회초리를 가했다. 그런데 휴게소는 텅텅 비어있고 문짝은 자물쇠로 야무지게 채워져 있다. 화장실에 가니 역시 자물쇠가 달려있고.... 죽녕 고개... 실망이다. 내려오는 길목에 희방사란 절이 보인다. 물 한 모금 생각이 났지만 그냥 지나쳐 풍기로 향했다. 풍기에서 또 고속도로를 올려야 하기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