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바람 (1)
|
| |
|
|
| |
| |
| |
사월의 바람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스며드는 오후에 님을 가슴속에 품고
깍두기(티코)를 끌고 길을 나섰다. 오후지만 봄 햇살이 따갑다
흐드러지게 펴 있던 벚꽃도 자취를 감추고 새파란 잎새들이
싱그러움을 뿜어내며 볕 쪼이를 하고 은행나무도 질세라 조그만
잎새를 열고 봄볕 받아먹기에 여념 없다
목적지는 동해 쪽이다.
언젠가는 꼭 갈 거라고 벼르던 동해 바다..
이십 삼년 전, 아직 머리를 올리기 전 혼자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얼마나 가슴 설레던 여행 이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사뭇 그 기분이 다르다
머릿속의 온갖 잡념들을 여기저기에 내버리고 오려니 그것도 골치다
깍두기를 점검해 끌고 밖으로 나오니 온 우주가 내것이다
서두를 것도 없다 그냥 편하게 가면 되니까
지도를 보기 편하게 옆 좌석에 펼쳐놓고 쳐다보니 바다가 나를 부른다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혼자 장거리로 떠나는 여행이라...
친구가 며칠 있다 저랑 같이 가자며 나를 회유하지만 난 친구를 안다
날 주저 앉힐려는 속셈 이란 걸...
자기차가 고장 났으니 고쳐가지고 가잰다
깍두기를 가지고 어떻게 가냐고, 위험 하다고...
산에는 잎새와 꽃들이, 들판에는 푸르름이 날 들떠게 만든다.
언양으로 가려다 경주를 거쳐 감포로 들어갔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신이 멍 하다
해가 지고 있다
바다를 끼고 해안선을 달려 포항으로 들어갔다
어둠이 깔린 낯선 도시,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겠다
식당에 들어가 배를 채우고 잠자리를 찾았다
찜질방을 찾아봐도 어디에 붙었는지 알수가 없다
그냥 무슨 장이란 곳엘 들어갔다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불편 할 것도 같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깨끗하고 편안하다
다음날 일찍 눈을 떴다
지도를 펼쳐놓고 바라보니 다음은 영덕이 눈앞에 보인다
집 주인에게 영덕 가는 길을 물어 휘돌아 나오다보니
어시장인가 보다. 오징어잡이 배도 보이고 큰 배 작은 배
줄줄이 줄을 선게 꼭 내가 무슨 해적선 소굴에 들어온 기분이다.
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도 셀 수 없이 많고
산골 촌넘 출세 했구먼..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침밥도 먹을 겸 시장구경도 할 겸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경매를 하고 있다. 경사 났구만..,
이런 좋은 구경이 또 어디에 있던가! 돈 안들이고...
그런데 사람들은 경매장이가 어허~~~하고 구음을 읊조리면
우루루루 몰려갔다가 또 이쪽으로 우루루루...
땡땡 종을치며 상여꾼보다는 못하지만 뭐라고 읊조리니 사람들은 연신 손을 앞 옷섶에 넣어 가지고 손가락을 폈다 오무렸다 알 수 없는 교신을 주고받곤 또 자리를 옮기곤 했다
따라다녀 본들 무슨 소린지 통 알수 없어 포기하고 생선 구경에 나섰다
오매~~저렇게 큰 문어도 있던가! 사람 머리통하고 비슷한 놈이 잽혀와
연신 꼬랑지를 비틀고 있다. 쯧쯧... 물속이 얼마나 그리울까
발로 꼬랑지를(문어발) 살짝 건드려보니 화가 나는지 찍찍이를 신발 발바닥에
눌어 붙어려 한다. 그놈 참 힘도 세다.
경매하는 아저씨께 물어보니 요놈은 경매가로 이십만원 이란다
누가 저런걸 사 먹을까 궁금해 하니 결혼 피로연에 팔려 간댄다.
시퍼런 칼치도 잽혀와 있다. 수입 산인데 15~17마리... 오만원짜리 삼만원짜리
입맛대로 있다. 입이 하도 못 생긴 생선이 널브러져 있길래 물어보니 아구란다
생선 경매구경하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밥집 찾아 밥을 보니 아이고매... 일도 안했는데 웬 밥상이 진수성찬에다 큰 밥그릇에
밥을 수북이 준다. 시장 인심이 넉넉해 맘이 흐뭇하다.
경매보는 아저씨들 목이 긴 장화에다 비닐로된 앞치마를 두르고 밥상앞에 앉았다
어쩐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밥값도 싸다. 삼천 냥이란다
어떤분이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밥값을 모르니...창원에서 왔노라고 했더니 자기 처가댁이
마산이라며 반가워 한다
다시 깍두기를 타고 영덕으로 향했다
강구에 가면 대게가 그리그리 맛나다고 친구에게 옛전에 들은 기억이 있어 강구에 들렸다
대게 축제가 열리고 있다. 복사꽃 축제도 곁들여서.... 흠.. 잘 왔구만!
근데 와~ 넘 비싸다. 한 마리에 삼만원,칠만원.오만원... 휴ㅡㅡ안먹고 말지.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니 줄줄이 늘어선 가게가 대게 천국이다
또 물어 젤 싸게 해서 만오천원에 낙찰을 보고 대게가 찜 솥에서 익혀 질때까지 바다를 봤다. 갈매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내렸다 재롱을 떨고 있다.
환경이 갑자기 바뀌니 기분이 상쾌하기도 하고 야릇하기도 하고 낯선 동네의 모습등이 신기하기만 하다. 드디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대게가 내앞에 대령 되었다.
가위랑 속살을 파먹는 끌 같은 도구가 딸려왔다
대게하면 사족을 못쓰는 친구 생각이 나 얼마나 맛있나 한입 먹어보니 별로다.
아침밥을 잔뜩 먹어서 그런지 내 취향에 안 맞아서 그런지 네겐 돈이 아까울 뿐이다.
그래도 주인에겐 맛있게 잘 먹었노라고 인사하고 밖으로 나와 친구에게 전화하니 친구 한술 더 뜬다. 푹 쪄서 한 마리만 사오란다. 웃기고 있네! 먹은 것도 돈 아까워 죽겠는데...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