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
낮달
몸속의 찌꺼기를 버리려
주먹 불끈쥐고 산에 올랐다
땀방울이 온몸을 적시고
흐려지는 정신을 집중하려
하늘을 올려다 봤다
허리를 구부린 낮달이
희멀거니 날 내려다 본다
술에 취했는가
둥지를 잃었는가
가다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내 꽁무니만 쫒아 온다
훠이 훠이
팔을 휘두르며 쫒아도
멀뚱히 쳐다볼뿐 반응이 없다
낮부터 너도 취했구나
명정에 빠졌구나
어기적 어기적 걷는 내 곁에
낮달도 삐적 삐적 따라온다
대책없이
2003.2.9.뒷산등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