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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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 아니라 최소한 내고향 강원도, 아니 윗지방 사람들은 설날에
떡국하면 김치만두를 함께 생각한다. 우리집안에서는 지금도 설날뿐 아니라
한겨울이 되면 아무때나 자주 해먹는 음식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주 당연한 이 음식이 이 지방에서는 당연하지가 않으
니 이렇게 좋은 글소재 까지 되고 있다. 아니 이 지방 사람들은 아예 모른다
는 표현이 적당하다. 눈여겨 보니 이지방 사람들은 설날에 떡가래 썰은
떡만 넣은 진짜 순수한 떡국만 끓여 먹는다.
내 기준으로 설날떡국 하면 김치만두가 메인이요 떡은 그냥 부수적으로
넣어 끓이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정확한 표현으로는 떡국이 아닌 떡만
두국이 맞으니 내 인식이 잘못됐다 해도 할말은 없다.
지방마다의 풍속이 다름으로 해서 생기는 현상이니 떡국이면 어떻고 떡만두
국이면 어떻하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떡김치만두국이라 함이 타당 하겠다.
중학시절 이곳 마산지방에 처음 부모님따라 이사를 와서 어언 삼십년
가까이 이지방에 눌러 살며 우리 어머님의 경우 음식에 관한한
지방과 지방 사이의 음식문화 교류에 한몫을 해왔다고 자부해도 된다.
여러 이웃집들에게 전파한 음식중의 하나가 이 떡김치만두국이다.
홍두깨로 정성스레 밀어낸 칼국수 원판을 공기그릇을 뒤집어 꼭꼭 눌러
동그란 만두피를 만들어 낸다. 요즘에는 수퍼에 만두피조차 포장해서
팔고 있으니 우리집도 가끔 이용은 한다만은 어째 좀 불만스런
생각을 늘 갖고 있음을 숨길수 없다.
만두속은 김치가 메인이요 당면, 두부, 숙주나물, 돼지고기 등등,,,
설날 되면 형제, 며느리, 애들까지 온 집안식구가 모여앉아 이 김치만두
빚기가 추석 송편빚기 마냥 당연한 행사처럼 되어 있으며 애들은
나이만큼의 갯수를 먹어야 진짜 나이 한살 더먹는다는 말을 정말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그런 음식이다.
설날에 남자건 여자건 모두 모여 김치만두를 안 빚으면 할 일이
없어져 버릴듯한 인식은 우리집안엔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이웃집에 한그릇씩 돌리면 반응도 참 여러가지 였음으로 기억한다.
"김치와 고기를 와 밀가루에다 싸서 묵십니꺼?"부터
"만두속에 웬 김치를 넣고 맨듭니꺼?"
"그거 무신 정성으로 그리 맨들어 냅니꺼?" 까지,,,
그렇게 말하던 아주머니분들 김치만두의 맛과 편리함을 안 후로는
재료를 스스로 준비해 와서 우리집에서 어머님께 부탁하다시피 해서는
공동생산 방식으로 만들어 우리집 만큼이나 즐기는 여러집을 보아왔다.
떡김치만두국, 이 음식 좋은 점은 맛도 맛이지만 국 한그릇으로 완벽히
밥을 대신할 수 있어서 한번 만들어 놓으면 반찬걱정 하는 부인네들에게
그처럼 편리한 음식이 아닐 수 없다.
메인 재료가 김치라서 느끼하다던가 물리는 일 없이 몇끼를 먹어도
식상하지 않아 밥생각이 나지 않으니 밥 대용으로 적절하며 넣는
재료들 보면 그만하면 영양가도 골고루 충분하다. 맛으로 보면
우리집 식구들, 나부터 집사람, 애들까지 똑같이 좋아하는 공통음식은
이것밖에 없을 정도로 아무나 입맛에 잘 맞는다.
마산토종 우리 집사람도 예외 없이 신혼때는 전혀 모르던 사람이
이 김치만두 만큼은 어머님 밑에서 도사급이 되어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음식을 전파해주는 역할을 스스로 자임 할 만큼
스스로도 좋아하고 숙련되어 있다.
또한 묵은 신김치를 대량으로 처리하는데 최고의 방법이란 찬사와
함께 나와 결혼후에야 알게된 김치만두에 누구못지 않은 열렬한
팬이 되어 있다.
한번에 이백여개씩 만들어 냉동실에 콱 넣어놓고 나나 애들이나
아무때나 밥과 반찬대신 그것 한그릇 끓여주면 만사 오케이 하니
그리 편할 수 없다는 눈치다.
퇴근해 집에 와 보면 거실에 동네 친구 아주머니들 불러모아
김치만두 빚는 모습을 여러번 목격 하였다. 지역과 지역사이의
음식문화 교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만두 얘기 하는 김에 만두의 유래 한번 살펴보자.
만두의 원조는 까마득한 옛날 중국이라고 한다. 만드는 방법, 재료들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폴 등 동남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서민들에게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으니 중국이
원조임은 분명하다.
중국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이 만두의 창시자라는 말이
정설로 되어있다. 칠종칠금(七縱七擒)이란 유명한 고사가 나오는
제갈공명의 남만(南蠻:지금의 미얀마 부근)정벌 때 칠종칠금의 주인공인
남만의 장수 맹획(孟獲)과 관련된 얘기다. 공명이 마지막 일곱 번째로
맹획을 사로잡고 충성을 맹세한 그와 함께 돌아오던길,
큰강을 건널 때 갑자기 천둥, 태풍이 몰아치며 폭우가 쏟아져 도무지
건널수 없음에 맹획이 말하기를 "수신(水神)이 노하였으니
방법이라곤 七七은 49, 도합 마흔아홉명의 사람머리를 바쳐야 합니다."
고 했다.
제갈량이 고민 끝에 짜낸 꾀가 사람 대신 양이나 돼지고기를 속에
집어넣고 밀가루반죽으로 싸되 그것을 만인(蠻人)의 머리 모양으로
빚어 내었다. 그날밤 성대한 잔치와 함께 밀가루 머리를 강에 던지자
강은 죽은 듯이 잔잔해졌고 군사들은 강을 무사히 건넜다 한다.
이렇게 빚은 밀가루 머리를 만인(蠻人)들의 머리 만두(蠻頭)라고
불렀는데 너무 잔인하고 만인들을 멸시한다 하여 발음이 똑같은
만두(饅頭)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정설인지 아닌지 황당해 보이는 얘기이지만 나도 학교시절 소설 삼국지
하나만은 여러번 통달한바 이 이야기는 반갑게 읽은 기억이난다.
요즘 수퍼에 많이 나와 있는 인스턴트 만두 부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자주가는 일본출장때도 유심히 보는 음식중의 하나가 만두이지만
밀가루반죽에 싸서 먹는 음식, 만두의 종류가 가지각색 참으로
많기도 많음을 느낀다.
위에서 얘기한 유래를 보면 내가 얘기하는 김치만두도 한반도에 내려와
지역특색에 맞게 많이도 변질된 음식이 되었다.
국제화 되어가는 김치와 함께 어울어져 우리의 특색에 맞게 만들어진
김치만두도 국제화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식사 대용으로 맛있고 편리하므로,,,
요즘도 집사람은 식탁에 먹다 남은 김치는 열심히 따로 모아두고 있다.
다가올 설날에 집안식구들 모여 빚을 만두 속거리로 모아둔다.
이번 설날에는 우리 애들, 조카녀석들 모인 자리에서 김치만두 빚으며
제갈공명의 만두얘기를 꼭 해 줘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 글 쓰면서도 김치만두 생각에 입속에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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