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음산에서 본 구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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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늘상 보던 모습이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곤 한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부산을 통채로 바다가 삼켜 버렸다.
하얀바다 파란하늘아래 수평선조차 선명하다.
김해는? 진영은? 저아래 남해고속도로는,,,
괜찮을 리가? 모두다 삼켜버렸다. 바다가,,,
놀라운 모습이다.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렸다.
간밤에 혜성이라도 지구에 딥임팩트,,,
해일이 모든것을 휩쓸어 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흰색 바다를 뚫고 솟아올라 점점이 떠있는 무인도
파도한점 울지 않고
오가는 쪽배조차 한점 없는
한마리 갈매기 조차 숨을 죽인
이토록 잠잠한 고요의 바다,,
그토록이나 갈구하던 평화로운 쉼터
무한한 침묵, 평안,,,,영원의 바다가
거짓말 같은 모습으로,,,
오늘아침 산행길
간밤에 비개인 청명한 하늘아래
거짓말 같은 흰색구름바다를
내가 사는 창원뒷산 비음산에 올라서 보았다.
순간 시인이 되고픈 강렬한 충동은 충동뿐
녹슨 머리속에선 긴 한숨과 함께 탄성만 내지르고 있었다.
산마루에 걸터앉아 귤하나 까먹으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오래 머물렀던 기억이 잘 없다.
공해에 찌들어 아득히 가물거리던 부산, 김해 시가지가
구름바다 아래에 몸을 담궈 찌든때를 벗기고 있다.
하얗게 일렁이는 비누거품 속에서
부끄러운 육신을 행여나 보일세라,,,
오늘따라 혼자 오른 산행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다.
창원을 둘러싸고 있은 오백미터 전후의 많은 산봉우리들,
주말마다 운동삼아 오르는 산들이건만
두번 해가 바뀌었으니 줄잡아 백번은 되겠지만
오늘 아침 굉장히 잡기 어려운 행운을 잡았다는 기분이다.
자주 오르니 이런 선물도,,, 하는 생각이다.
천구백미터 지리산운해가 부럽지 않은 장관을
내가 사는 창원뒷산에서 보았으니,,,
지난주 본의 아니게 건너뛴 산행에 몸이 많이 무거움을 느껴
오늘은 작심을 하고 거리를 길게 잡아 더 많이 걸었다.
4시간은 걸은 것 같다.
도청뒤 길상사 뒷길로 올라 비음산 넘어 대암산 아래까지 왕복을 했다.
간밤 이슬에 촉촉히 젖어 두껍게 쌓인 낙엽의 쿠션을 만끽하며,,,
가버린 가을의 풍요함을 아쉬워 한다.
도청뒤 산아래 포장마차 국수맛은 맛있다는 표현은 더이상 삼가 하리라.
서너시간 산행뒤에 그 어떤 음식인들 소중하지 않으랴.
산행중 대하는 과일 한조각, 서너시간 땀흘리고 대하는 싸구려 국수 한그릇
하나하나 모두들 귀중하기 그지없는 소중한 축복임을 산이 일깨워 줬다.
음식에 대한 귀중함을 새삼 느끼면서 풍요해진 요즘의 세태와
먹을 것 부족했던 옛날생각을 자주한다. 집 애들 생각과 함께...
내려와서 올려다 보는 비음산의 해맑은 모습
활짝 개어 파란 하늘밑에서 잿빛으로 변해가는
산세에 겨울냄새가 물씬 난다.
또 한번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비음산 산정에 하얀 구름바다 파도 한 조각이 그림처럼 걸려 있다.
오늘은 굉장히 운좋은 날이다.
오백미터 비음산에서 운해를 만났다.
창원뒷산에서 지리산을 보았다.
2000. 12.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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