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늘 나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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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랫만의 영화관 행차였다.
일부러 시간내서 영화관을 찾을일이 다 있다. 내게..
그것도 오늘 갑자기 여섯식구를 총동원했다.
애들 둘, 집사람, 칠순 부모님까지
삼대가 함께 손잡고 영화관 가기도 내 평생에 신기록이다.
게시판에 가을비님 외 몇분들이 소개해 주신 이 영화얘기를
읽고 이건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차..
칠순부모님까지 동행해야 겠다는 발상은 정말
오늘 갑자기 생각해낸 실로 현명한 판단이었다.
첩첩산골 꼬부랑 벙어리 할머니와 외손주 상우와의
물과 기름같은 동거얘기는 요즘 흔하디 흔한 깜짝스런
그런 극적인 얘기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게 한
모습으로 한시간 반을 스을쩍 지나가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배경도 그렇지만 낮익은 배우 하나 없이
출연자들 모두 현지인들로 짜여진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돋보인 영화이다.
상우란 놈 모습부터 하는 짓이 우리 작은놈을 우찌나 그리
빼닮았던지.. 천하에 말썽쟁이 버릇없이 구는 모습하며.
영화를 보면서 애들은 별로 재미있어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영화내내 지루한 표정 하나 없이 찍소리 안하고 끝까지
잘 보고 앉아있는 녀석들 표정이 이상할 정도로 의외였다.
즈그들 나름대로 뭔가 생각되어지는 게 있는 모양이다.
영화 끝나고 오는 길에.
작은놈 보고 몇마디 던졌다.
"영화속에 말못하는 할머니가 상우를 을매나 사랑하는지 니는 알겠니?"
천방지축 작은놈 표정이 의외로 심각하다.
아무말 없이 땅만 내려다 보고 걷는다.
속으로 웃음을 참아가며 한마디 더.
"너도 뗑깡만 부리지 말고 평소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돼!"
여전히 묵묵부답.. 녀석 그냥 씩 웃고 만다.
나 혼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작은 녀석 겨우 하는 한마디가
"상우가 대신 써준 편지 그거 할머니가 보내기나 할 수 있나? 아빠"
"할머니 아프면 상우가 빨리 온다고 했는데.."
영화 스토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녀석이 이렇게 기특할 수가?
이제껏 너무 애 취급만 해왔나보다.
부모님 표정 역시 만족해 하시는 표정에
대단히 성공적인 가족 나들이에
실로 오랫만에 기분좋은 하루가 되었다.
이 영화 돈 많이 들인 그런 영화 결코 아니다.
특별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깜짝 스토리의 그런 영화도 아니다.
구세대와 신세대, 할머니와 손주, 삼대가 함께 기분좋게 볼수
있는 영화... 그런 영화 잘 없지 않은가?
그거 하나만으로도 꽤나 괜찮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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