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부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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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부숴졌다.
이제 중학교 입학하는 큰녀석한테 새삼 학원 다니는 갯수를 물어봤다.
영어,수학,과학,미술... 남들 다니는 만큼 다닌다고 시큰둥 말한다.
아빠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비웃는 눈초리로 흘려 버린다.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척 확인겸 물어 보았다가 애앞에서 아빠 체면
본전도 못 찾았다.
"학원서 다 배우면 학교 가선 뭘 배우노?"
이 녀석 대답이 걸작이다.
"그냥요. 학교는 그냥 가서 그냥.. 시간 보내고 오면 되지요."
"수업시간에 진짜루 배울 것 하나도 없어요."
"다 아는 건데요. 학원서 다 배운거라서 배울 거 없어요."
묻는 내가 무안할 정도로 아주 태연스레 말한다.
순간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쭈뼛하니 화가 치미는 감정을 숨길수 없다.
애한테 화낼 일이 아님을 잘 알기에 이성이 감정을 지배해 금방 화를
진정시킨다.
"느그 선생님도 학교서 느덜이 배울 것 별로 없다는 것 다 아나?"
"그럼요. 선생님도 다 알아요."
"수학 같은 건 선생님보다 우리가 더 잘 하는 걸요."
"선생님도 잘 모르는 문제 나오면 애들한테 풀으라고 시켜요."
"내가 봐도 선생님보다 애들이 더 잘해요."
애들 학원 보내는 문제로 부부싸움까지 벌이던 일들이랑 아직
초등학생 두녀석 한테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나보다 더한 중고등학교, 대학생 자식 둔 부모님들 많으실테고 사교육비
부담이 가정과 가정경제를 동시에 황폐화 시키고 있음은 우리나라
최대의 사회문제이자 공지의 사실이 되어 있으니.
경제문제 보다는 공교육의 붕괴가 문제다.
학교 교실은 부숴졌다.
부숴진 교실에 애들은 아침밥 먹고 어른들이 등 떠밀어 가라고 하니
그냥 몸만 가 있다. 부숴져 버린 교실에 들어가서 뭘 하다 돌아오는지
모르겠지만, 부숴져 버린 교실에 오늘도 애를 보내고 있지만, 극도로
불만스런 우리나라 공교육 현실이지만, 사교육에선 바랄수 없는 그래도
공교육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이것 한가지 만큼은 우리나라 교육정책
입안자들께 꼭 바라고 싶은 마음에, 언젠간 가능하리란 그런 희망으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
꽤 오랜 직장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용해야하는 입장에 있게 되다
보니 아래와 같은 사설 칼럼이 특히 공감이 되어 옮겨본다.
지금의 문명화된 조직사회에서 인재라고 표현할수 있는 사람의
필수적인 능력은 스스로의 학습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거기에 의사소통능력과 적응능력이 가미되는 사람이 인재로서
인정받을 수 있음을 공감하면서 그래도 사교육에서 보다는
공교육에 더 기대를 걸어본다.
사교육의 폐단을 근본적으로 시정하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하루빨리 실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선 찍을 사람 가리는 기준에 "교육정책"
이거 하나는 잘 짚어 봐야겠다고 일찌감치 맘먹고 있다.
(아래 옮겨온 글)
1990년대 미국 노동부와 훈련개발협회는 고용자들이 근로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기술을 분류하기 위한 협동 연구에 착수하였다. 이 협동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컴퓨터 기법과 기술에 관한 능력을 가장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고용주들이 요구하는 필수적인 능력은 학습능력과 기초능력 및 의사소통능력과 적응능력 이었다. 학습능력이란 학교교육에서나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인데, 문자 그대로 스스로 개인차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맞는 교수법과 교수·학습자료 및 학습조건과 환경을 제공해야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다.
학습자들이 서로 다른 조건과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는 이 개념은 매우 기본적이고 중요한데, 예를 들면, 어떤 학습자는 단어의 나열이나 문장을 통해 가장 잘 학습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림이나 소리 또는 추상적 상징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학습하기도 한다. 또 우수한 사람이나 열등한 학습자들은 집단학습보다는 개별학습이 더 유익한 반면에 중간집단의 학습자들은 집단학습이 더 효율적이다. 그리고 어떤 학습자들은 강의를 통한 수업이 효과적인가 하면 다른 학습자들은 경험학습이 보다 효과적이다. 그런데 사교육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고 있기나 한단 말인가? 공교육에서는 이런 면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미숙하나마 시도는 하고 있지 않은가? 학부모들은 어느 쪽을 믿어야 하겠는가? 21세기의 노동시장에서는 계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학습능력은 더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배우려는 태도와 능력이 없는 학습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교육 즉, 획일적이고 강의중심적이며 의존적인 사교육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정답맞추기 능력이지 진실로 생각하고 느끼는 학습능력이 아니다. 그저 좀 반짝하고 오르는 성적뿐이다. 사교육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시달리게 할 뿐 아니라, 학교교육을 불신하게 만들고, 계층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자발성과 학습능력을 무력하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교육이다. 사교육은 일부 영재나 학습장애아들이나 받아야 하는 교육이다. 사교육 좋아하다가는 21세기의 일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상 옮겨온 글)
2002.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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