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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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갛게 탄 얼굴로 만족한듯 푸근히 꿈나라 빠져있는 아이들 얼굴 들여다 보니
며칠 휴가 잘 보내고 왔다는 생각들어 다행스럽다. 두살때인가 울진 성류굴에서 고추 내놓고 내품에 안겨 찍은 십여년전 사진을 볼때마다 거기에 데려가 달라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얘기하던 큰애말에 힌트를 얻어 휴가지는 쉽게 결정하였다. 정말 오랫만에 다녀온 백암온천 골짜기이다. 첫날 애들이야 동해바다 해수욕장에 풀어 놓으니 저희들 세상 만난듯 신났고 살갗 탈까봐 안절부절 노심초사하는 집사람은 마침 둘째날 비오는 날씨에 수련원 실내수영장에 애들과 함께 놀게 하니 그것으로 굿댕큐 였다.
몇달 배운 수영실력 어설프지만 나보단 훨씬 나은 폼을 내앞에서 펼쳐보이니 그게 그렇게나 기분 좋은 모양이다. 삼일 동안 조석으로 여섯번이나 들락거린 시설좋은 수련원 알칼리수 온천탕은 모두에게 특히 집사람에겐 황홀한 기쁨이었나 보다.
평소 피부미용에 유별나게도 각별한 집사람 얼굴피부 내가 봐도 윤기가 한결 더 흐르는게 보기 괞찮다. 말 그대로 백암온천이 좀 유별나긴 한것 같다. 비누 없이도 문지르면 피부에 거품이 일 정도로 강알칼리성 온천수다. 내자신 여름철 피서지로서는 좀 부정적이었던 온천욕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계기가 될것 같다.
오랫만에 들른 성류굴은 워낙 많은 관광객들 손길 발길에 반들반들 해지고 잘려나간 종유석들이 아쉬웠지만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자연학습장이다.
일기 쓸때 꼭 필요하다고 굴입구에서 성류굴 안내장을 챙겨 줬더니 두놈들 고이 접어 바지주머니에 찔러넣는다. 작은놈은 일기 쓸게 너무 많아 고민이란다.
행복한 고민거리 만들어 줬으니 그것으로 이번 휴가는 그런대로 성공작이다.
둘쨋날 실내수영장이야 내겐 그저 그러하니 셋만 수영장에 남겨두고 일부러 유유자적 길을 나섰다. 바닷가 달뜨는 소나무 숲 월송정은 파도와 백사장과 어울어져 시인의 고향 같았고 바로 뒤에 있는 백암산도 비그친 하늘아래 눈부신 푸르름이 괜찮아 보였다.
샌달 끌고 일킬로쯤 푸른공기 마시며 올라가다 내려왔다.
멀지않은 칠보산도 안내도에 눈에 띈다. 바다와 온천과 산을 동시에 욕심채울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비부실로 놓침을 이번 휴가의 아쉬움으로 남겨둘수 밖에 없다.
돌아오는 날 동해안 명소들 눈인사겸 먹거리잔치를 벌이며 내려오니 아이들 평소 저희들 원하는대로 잘 안해주던 아빠가 웬일이냐는 듯 그런 표정들이다.
"일년에 한번쯤은 느그들한테 점수 한번 확실히 따 놔야 될것 아냐. 임마." 머리 한번 쿡 쥐어 박고 집사람 얼굴 한번 쳐다본다. 평소 어느새 아이들을 나보다는 자기편으로 만들어 놓은 집사람과 티격태격 했던 생각 떠올리며...
일년에 한번밖에 없는 휴가를 제대로 갈수 있을지 며칠전까지도 혼란스러웠다.
몸담은 회사일이 휴가를 갈동말동하여라. 꽤나 수상스러웠다.
우리나라도 조금씩은 선진국형의 휴가풍경이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일요일 포함해서 삼사일의 휴가일정도 어느새 일주일쯤으로 늘어났다. 직장에 얽매인 샐러리맨들에게 휴가란 심신을 쉬게하는 재충전의 의미도 크지만 식구들 모두에게 작은 기쁨이나마 즐거움을 함께하는 시간, 그나마 가장으로서 위치도 일부나마 보상해주는 절호의 굿찬스임을 되새김질 해본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런대로 이번 휴가 집사람도 애들도 만족해하는 수준이 되었다고 자위하니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요며칠 체중이 좀 불은것 같다.
아직 휴가가 며칠남았으니 모레쯤은 단독산행이라도 하루 다녀와야겠다.
2001.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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