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호칠이

호칠이

지리산 써리봉과 무재치기 그리고,,,



	산행일시 : 2001. 6. 2. (토) 산행코스 : 대원사-윗새재-무재치기폭포-치밭목 -써리봉-중봉-천왕봉(왕복) 지리산 지도에 잘 나와 있는 유명코스들을 하나씩 모두 다녀 보고자 하는 내 나름대로의 계획 중 마지막을 이번에 실행에 옮겼다. 창원을 새벽 4시반에 출발, 사무실 직원 두명을 내차에 태우고 막 동이트는 새벽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대원사 입구 매표소를 지나 계곡을 따라 나있는 작은 시멘트도로를 따라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오르니 새재마을이다. 조개골산장에 주차를 시키고 산장 옆 소로를 따라 아침 7시 산행을 시작하였다. 초입 계곡을 가로질러 걸려있는 예쁘게 생긴 구름다리가 계곡물과 바위와 잘 어울려 이번 코스의 진가를 예언이라도 해 주는 듯 반겨준다. 왠지 이번 산행이 아주 의미 있겠다는 예감이 들게 하여 기분 좋은 출발이 되었다. 완만한 경사에 숲으로 만들어진 터널길을 한시간여 오르니 유평마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길이다. 유월에 막 접어든 오늘이 금년 들어 가장 더운 날씨가 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왔지만 햇빛은 숲에 가로막혀 시원한 숲 속 그늘길의 연속이라 초여름의 따가움을 느낄지를 못한다. 한참을 더 올라 무재치기폭포 안내판은 남은 거리만 확인하고 그냥 지나쳤다. 내려오는 길에 너와 함께 놀다 가리라,,, 마음 먹고. 폭포 이후 치밭목산장 까지는 꽤 급한 경사에 만만치 않은 힘든 길이다. 치밭목산장은 듣던 대로 첩첩산중에 자그마한 움막처럼 조용히 자리를 틀고 앉아 마음씨 좋은 초로의 산골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거기에 있었다. 산장지기는 아닌 듯한 젊은 총각 한사람과 흰색 진돗개 두 마리가 산장을 지키고 있었다. 올라오면서 겨우 두 세 팀의 등산객을 만났을 뿐 인적 드문 산장의 원시적인 분위기가 이곳을 지나친 사람들 모두가 한번쯤은 다시 찾고 싶어 할 만큼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묻어있다. 취나물이 많이 있는 곳이라 하여 치밭목이라 불린다는데 동행한 최대리가 어느새 한 웅큼의 취나물을 손에 넣고 취나물이 맞느냐 아니냐는 둥 신기해 하는 모습이다. 이 나물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들어 하는 최대리 남은 산행길에 취나물 캐랴 우리 일행에 처지지 않고 따라오랴 더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산에 잘 안 다니다가 우연히 우리 일행에 합류해 따라온 최대리, 집에 돌아가서 집사람한테 지리산 취나물을 선물겸 자랑할 만한 증표로서 배낭에 채워 가겠노라고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오르지만 등산로 주위에는 그리 많은 나물이 남아있지 않은 듯 생각만큼 많은 양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써리봉에서 몇 번이나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암릉길은 이제껏 보와 왔던 지리산답지 않은 오밀조밀한 모습이 여러번 흥분 시키기에 충분하다. 분재 같이 자그마한 바위들 틈새에 아기자기 늘어서 있는 이름 모를 진초록 나무들의 행렬, 거기에 드문드문 하나씩 꽂혀있는 흰색 고사목들은 한폭의 풍경화에서 빠지면 안될 듯한 절묘한 조화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금강산의 섬세한 처녀같은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 지리산에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써리봉 바위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며 숨어있는 지리산의 비경을 한참이나 감상하였다. 저만치 하늘아래 나란히 우뚝 서있는 중봉과 천왕봉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이제껏 보아왔던 그 모습과는 또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도를 펴놓고 중봉에서 하봉을 가늠해 보고 이곳 써리봉을 지나 국수봉, 구곡산까지 연결된다는 말로만 듣던 지리산 황금능선을 눈짐작 해본다. 지도에는 표시조차 되어있지 않지만 올라오는 길목마다 "등산로 아님"이라는 표시를 넘어서 가로질러야만 갈 수 있다는 지리산의 비경이 숨어있는 곳이라고 들어왔던 황금능선을 그냥 눈짐작만 하고 지나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가볼 기회가 자연스레 오겠거니 생각하면서,,,. 지리산에서 천왕봉 다음으로 높은 중봉의 오르막길이 정상을 쉽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저항이 엄청 심하다. 한숨에 치고 오르겠다는 각오로 힘을 쏟는 발걸음을 중봉은 안된다고 하면서 몇 번이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숨이 넘어갈 듯 남은 힘을 토해내며 중봉 정상에 서니 이제 천왕봉은 바로 건너편 눈앞에 있다. 꽤 여러번 천왕봉에서 이곳 중봉을 바라다 보면서 별로 잘생기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 왔지만 여기 중봉에서 바라다보는 천왕봉과 사방의 전망은 오히려 천왕봉에서의 그것 보다 더 빼어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아득히 멀리 반야봉의 모습까지 조망된다. 지리산 어디든 와보지 않고는 아무말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처 몰랐던 지리산의 많은 모습들을 써리봉과 중봉이 가르쳐 주는 듯 했다. 중봉까지의 인적 거의 없이 한적한 산길은 천왕봉에 서니 완전 딴판이다. 백여명은 됨직한 등산객들로 천왕봉 정상비석 주위는 동네공원 마냥 북적거렸다. 이제 천왕봉에는 올만큼 꽤 여러번 온 모양이다.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보다는 중봉과 써리봉의 아름다운 첫인상을 한번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잠시 머물다 하산을 시작했다. 지리산에서 같은 코스를 당일로 왕복하는 산행은 해보지 않았지만 이번 코스만큼은 왕복코스로 잡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중봉에 다시 서니 능선을 돌고 돌아 저 아래 치밭목이 조그맣게 내려다보인다. 오늘에야 처음 지나온 치밭목이 고향집을 바라다보는 것처럼 낯익은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 정오를 지난 여유 있는 시간이기에 써리봉 아름다운 암릉고개길을 쉬엄쉬엄 즐기며 하산길을 지루한 줄 모르고 내려왔다. 치밭목 뒤뜰에 자리를 펴고 앉아 일행 세 명 싸온 도시락과 함께 라면을 끓여 써리봉 풍경만큼이나 온몸 가득 꿀맛 같은 점심성찬을 즐겼다. 산장에는 한 무리 머물던 등산객 일행들도 내려가 버리고 흰색 진돗개 두 마리만 멀뚱히 우리들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 쏟는 초여름의 햇빛은 따가우나 나무그늘 아래 드러누우니 웬걸 추위가 만만치 않아 금방 자리를 옮겨야 했다. 햇빛 내리쬐는 산장 앞뜰 통나무벤치에 드러누워 낮잠을 삼십분은 잔 것 같다. 어지간히 피곤해진 몸에 더우기 꿀맛 같은 식사 후에 산골 바람에 진하디 진한 피와 같은 낮잠이었다. 황홀한 천국이 따로 없었다. 치밭목아래 1Km 지점에 있는 무재치기폭포, 지리산엔 쌍계사 불일폭포와 칠선폭포, 그리고 한신계곡 폭포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건 또 웬 걸물인가? 대단하게도 생긴 폭포가 등산로에서 백여미터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다. 또 하나의 흥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무지개를 치는 폭포라 하여 무재치기폭포라 한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감동적인 모습이다. 어림잡아 높이 오십미터에 폭도 오십미터는 넘을 거대한 통바위 절벽으로 계곡물이 쏟아져 내린다. 이 산중에 저렇게 큰 매끄러운 표면의 통짜배기 치마바위가 있다는 것이 우선 신기하다. 통짜배기 바위가 3단으로 삼등분하여 각이 나있다. 1단에선 한줄기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2단에선 두줄기, 3단에선 세줄기로 그야말로 물쑈를 벌이고 있다. 높이에서는 불일폭포에 뒤지지만 전체 규모로서는 결코 불일폭포에 뒤지지 않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요. 동행한 전과장은 벌써 팬티바람에 쏟아지는 폭포물을 한아름에 껴안을 듯이 뛰어든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머리를 디밀어 처박아 넣다가 얼음장물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쳐 나온다. 나도 따라 몸을 담그고 머리를 폭포물줄기에 디밀다가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 천국에 있는 냉동실이 이런 모습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뼈속까지 얼어 붙을 듯한 짜릿하고 상쾌한 괴로움? 표현이 적당할까 모르겠다. 무재치기폭포의 장관을 아쉬움속에 뒤로하고 새재마을까지 내려오니 10시간 가까운 산행에 피곤함에 지친 몸을 느끼지만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마음만은 저 깊은 곳에서 부터 말할수 없는 상쾌함이 밀려온다. 기분좋은 피로감이다. 이번 산행이 나에게는 자그마한 하나의 의미로서 자리매김 할 것 같다. 지도에 나와 있는 지리산 유명코스를 우선 다녀야겠다는 내 나름대로의 계획에서 이제 첫단계의 마무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리산의 모습은 광활한 면적만큼이나 아직 모르는 숨겨진 모습이 굉장히 많이도 남아있다는 깨달음이다. 지리산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더 깊게 불러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된 의미 있는 산행이 되었다. 짐작만으로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못한다.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는 가봐야 한다. 하나의 마무리는 곧 하나의 시작에 불과함이다. 지리산을 더욱 깊이 이해 할 수 있는 겸손한 초심자의 자세로 돌아가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하겠다. 장거리 산행에 익숙치 않은 몸으로 많이 힘들었겠지만 끝까지 완주한 최대리와 평소와 같이 용감한 자세로 앞장서 내달리며 서로 의지한 전과장, 모두에게 좋은 산행 무사히 마치게 되었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끝. 2001. 6. 3. 김 두 호 씀. 2001. 6. 2. (토) 04:30 창원출발, 자가운전, 전도영 과장 / 최웅철 대리 동행. 07:00 새재마을 출발 (치밭목4.8Km, 천왕봉8.8Km) 08:00 유평리 갈림길 08:40 치밭목산장 10:00 써리봉 10:40 중봉 11:10 천왕봉, 11:40 천왕봉 출발 13:40 치밭목산장, 점심식사, 낮잠. 15:00 치밭목 출발 15:30 무재치기폭포 17:00 새재마을 도착, 맥주한잔. 20:00 창원집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