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백산,,, 눈과 바람(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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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소백산,,, 눈과 바람.
* 산행코스 : 비로사-소백산비로봉(1439m)-천동리
* 산행일자 : 2001. 2. 17.(토)
회사 연구개발담당 극기훈련 겸 겨울산행.
아직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회사 주차장 마당에 관광버스 4대가 일렬로 도열해서 한사람 한사람 도착하는 동료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침 6시에 출발하려던 계획이 30분은 늦어졌다. 관광버스 4대에 150여명이 한꺼번에 산행을 떠나는 큰 행사라서 철저히 준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차질이 생기는 모양이다. 참가 하려다 바쁜 회사일 때문에 부득이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동료들, 아침 일찍 미처 일어나질 못해 제시간에 도착 못하는 동료들, 일년에 한번 치르는 큰 행사이니 이정도의 차질이야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아무튼 이번 행사 준비하는 몇몇 동료들 수고가 아주 많았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오는 친구들 빼고 보니 120여명 출발한다는 소식이다.
구마고속도로를 지나 시원스레 뚫린 중앙고속도로를 한참이나 내달렸는데도 주위에 눈경치는 거의 볼수가 없다. 경북 안동을 지날 즈음에야 도로변 쌓인 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오지만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눈 때문에 심각한 상황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지나왔다. 엊그제 내린 폭설이 이곳 까지는 큰영향을 끼치진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날씨는 쾌청하고 소백산 비로사 입구 매표소에 내려보니 기온도 그리 춥지만은 않아 산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이다.
10시반경 비로사 입구 매표소에 도착하여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바로 산행출발이다. 120여명이 일렬로 늘어서 올라가는 모습을 선두부근에 서서 오르며 내려다보니 이 또한 보기드문 모습이다. 산행초보들도 많이 섞여 있지만 그래도 모두들 건강한 남자들인데 제몫들은 다 하려니 하는 생각에 염려는 붙들어 매기로 마음먹고 쉼없이 치고 올랐다. 비로사를 지나면서 부터 길은 가파라지고 눈도 제법 두껍게 쌓여 있다. 소백산은 와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차질이 생겨 와보지 못하고 이번 산행이 처음이다. 내륙 한가운데 많은 관광지를 끼고 자리잡고 있는 유명산이기게 이번 초행길에 산세며 주변 경관들을 실컷 음미 해보고자 느긋한 마음으로 쉬엄쉬엄 오르려던 생각이 마음 먹은대로 지켜지질 않는다. 일렬로 서서 올라가는 대규모 인원이 극기훈련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여유롭게 주변을 살피면서 올라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열심히들 저마다 체력껏 혼신을 다하며 올라간다. 혼자 여유롭게 유유자적 할수도 없고 그냥 분위기에 동화되어 쉼없이 올라감을 계속한다.
올라갈수록 깊어지는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쉽지않은 걸음걸음이다. 둥그런 비로봉정상이 우뚝 눈앞에 보이고 정상 1킬로미터 남겼다는 팻말이 눈에 보일즈음 앞서 올라간 용감한 몇몇 동료들 말고는 대부분의 인원들이 뒤처져 있다. 눈길은 50센티도 넘게 깊게 패인 사람들 발자국만 하나하나 선명하고 저아래서는 전혀 없던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올겨울 아직 느껴보지 못했던 얼굴피부를 도려낼 것 같은 차가운 바람에 배낭에 걸었던 방풍파카를 다시 끼어 입었는데도 잠깐 멈추어 서있기라도 하면 견딜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눈덮인 가파른 마지막계단을 숨을 몰아쉬며 치고 올라 12시 반경 비로봉 정상에 섰다.
휘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은 잠시도 정상에 머물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두 눈만 내놓고 완전무장 해서 견딜만 했지만 빠끔히 내놓은 두 눈두덩이가 그대로 얼어붙어 아파오며 눈뜨기 조차 어려울 정도다. 잠시 한쪽 장갑을 벗으니 손이 금방 얼어붙을 것 같아 황급히 장갑을 도로 끼고 그래도 그냥 내려가기는 아쉬어 주위를 한바퀴 둘러 보았다. 눈짐작으로 희방사쪽에서 오르는 몇 봉우리 능선길이 가름된다. 저길은 계속 이 모진 찬바람을 맞으며 올라와야 할 것 같은데 그길로 안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한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보던 설경과는 또 색다른 면이 있다. 점점히 이어지는 산봉우리들은 물론 아득히 먼 곳까지 사람사는 동네 그넘어 벌판까지 흰색으로 도배된 설경이 분명 지리산 보다는 훨씬 북쪽 동네임을 실감케 한다.
북쪽이 어디인가? 저쪽이 북쪽인데 여기선 내 고향 원주도 보일수 있을텐데,, 자세히 지도라도 펴놓고 맞춰 볼수 없음이 아쉽다.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단양은? 충주호수와 충주는? 충청도와 경북의 경계선인데 지도에 나와있는국망봉은 어디인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몇몇 생각들은 생각뿐,,,, 견디기 힘든 차가운 바람을 등뒤로 돌리고 바로 정상을 내려서야만 했다. 세찬 바람 때문에 황급히 내려설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머리속에 짙게 남았다.
정상 바로 아래 비로봉 대피소,, 대피소라야 움막같이 자그마하게 지어놓은 칸막이가 전부이지만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하나만으로도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한숨 돌린후 하산길을 시작 했다.
천동리쪽으로의 하산길은 정상을 잠깐 내려서고 나서는 바람도 불지 않고 적당히 쌓인 눈에 적당한 경사에 천연 눈썰매장으로 최고의 모습이다. 산행 전부터 잘 홍보된 덕분에 저마다 준비해온 비닐포대등 간이 썰매로 눈썰매 경연장이 되어 버렸다. 몇번 타고나니 방향전환, 속도조절 등 저마다의 노하우가 쌓여 하산길이 웃음과 즐거움의 연속이다. 눈속에서의 힘든 정상정복, 그리고 좀처럼 갖기 어려운 동심으로의 회귀, 모두 함께 찌든 회사생활에서 탈피하여 자연과 한마음,,, 단체 극기훈련 겸 산행시기를 겨울로 고집해온 우리 부서의 목적을 올핸 아주 잘 달성하는가 보다.
7킬로미터는 된다는 하산길을 어려움 없이 모두가 잘 내려왔다. 북부관리소를 지나 조금더 내려오니 가족들과 함께 고향 원주를 다녀 오며 들른적 있는 유명한 고수동굴, 천동동굴, 노동동굴이 있는 바로 그 마을이다. 산나물과 된장찌개로 차려진 점심식사와 막걸리 한잔씩에 모두들 산행의 피로를 잊고 지나온 눈속 산행길 얘기에 웃음꽃이 질줄 모른다. 대부분 경상도출신 직원들이라 아직 동굴구경 못해본 한무리 동료들 동굴 구경 갔다오고 귀사길에 올랐다.
신단양,, 남한강 강물과 절벽이 어울어진 빼어난 경치, 도담삼봉 가는길,, 낯익은 길들을 지나 굽이굽이 한참을 오르는 죽령고개를 넘어 중앙고속도로에 올라 잠깐 잠든사이에 어느덧 버스는 서대구를 지나고 있다. 경북 내륙을 가로질러 충북, 강원도까지 관통하는 중앙고속도로의 편리함이 새삼 느껴진다. 내고향 원주까지도 가는 길이라서 더욱 그런 생각 드는가 보다. 어릴적 부모님따라 완행열차 타고 원주에서 부산까지 열두시간인가 밤새도록 온 기억이 뚜렸한 내륙지방 산골길들이 고속도로로 뻥 뚫렸으니 여기 지날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겨울 소백산,, 초행길이었지만 유명세에 걸맞게 인상깊은 산이 되었다. 눈과 바람, 눈썰매, 천연동굴, 단양팔경,,, 줄줄이 떠오르는 단상들로 또 가보고 싶은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드는 산이 되어 기억될 것 같다. 그 때는 오늘 못다한 아쉬움을 달랠수 있게 좀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120명 많은 인원들 먼길, 힘든 산행 무사히 마칠수 있어 더 없이 다행스런 마음이다. 국가적 경제상황으로나 회사가 처한 여건들 모두가 어려운 이때 오늘 산행이 모두에게 생활의 활력소 되어 저마다 마음속에 자리잡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일 하루 쉬고 다음주 월요일 출근하면 모두들 전에 없이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2001. 2. 19.
김 두 호 씀.
2001. 2. 17(토)
06:30 회사 출발
관광버스4대, 연구개발담당 120명.
08:00 현풍에서 단체조식.
10:40 비로사입구 주차장도착
산행출발
12:30 비로봉정상(1439m)
13:00 비로봉대피소, 휴식 및 간식.
14:30 북부관리소 도착
15:30 고수동굴 입구
단체중식, 동굴관람(희망자)
16:50 고수동굴 출발
20:30 회사 도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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