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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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배
(삶과 자신)
끝이 없는 바다에 길이 없다.
배는 바다를 얼마나 걸어 다녔을까?
배 밑바닥은 매끈한 유리잔 같다.
투명한 배의 발을 본다.
거친 파도를 내 달리며 얼마나 발이 닳았을까?
바다는 끝이 없어 길이 없다.
아무리 길을 찾아도
배가 지나는 곳마다 하이얀 거품이 인
뱃길은 그새 사라져버린다.
길이 없는 바다에서 배는 도착지점을 모른다.
가면 갈수록 바다는 넓어지고 수심은 깊어진다.
바다가 두렵다.
내게도 지금 도착지점이 없기에 삶이 두렵다.
배가 바다의 거친 파도를 항해하는 것보다
폭풍을 헤쳐 나가는 것보다
닻을 내리기가 어렵다.
어디에 머물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배가 머문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가는 법은 배웠지만
멈추는 것은 익히지 못했다.
오직 앞으로만
너무나 세상이 넓어 머물 곳을 찾지 못했다.
바다의 길이를 보면 두려워진다.
배의 밑바닥을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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