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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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으로 뒤덮인 산에 바람이 잦으며
투명한 푸른 창을 지닌 하늘이 오고
고요히 떠내려가는 구름 한점 바람에 녹을 때
잡을 수 없는 하늘에 손을 흔들어
추(秋)를 잡는다.
흩어지는 바람의 숨소리가
열매에 김을 서리게 하며
물감을 떨어뜨린 나뭇가지마다
결실과 성숙이 울려 뿌리에 떨어질 때
낙엽을 비집으며
추(秋)를 찾는다.
아름드리나무는 마을회관 어귀에서
추(秋)를 맞이하며
굼벵이같은 방울잎들을
동네아이들의 발등에 내리며
추(秋)를 알린다.
결실은 낙하의 생명
추(秋)가 이룩한 귀중한 일체(一切)
모든 것이 익어가는 계절은 가을(秋)
모든 것을 거두는 계절도 가을(秋)
만물의 탄생은 원래 가을이 아니었던가?
결실은 새로운 성장의 자축(自祝)
사실, 추(秋)의 부분이 아닌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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