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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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의 일이다.
아니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이렇게 길어본 적은..
여름부터 가을을 기다렸고, 가을에 묻혀 살았고, 가을을 보내고도 오랫동안
젖어있을 나날을 생각해 본 적이 내게 있었던가 ?
이 계절은 언제나 훌쩍 왔다가 금새 가버리는 계절의 통과의례쯤이 아니었나?
잠시 마음이 처연해지고 조금 사치스럽다할 상념이 채 영글기도 전에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가을이 유보되었던 것은 결혼과 함께였지싶어.
살림을하고,아이를 낳아 기르고,매달 매달의 기억이란, 언제는 집안의 누구 생신, 누구 결혼, 누구네 집들이, 아이들 백일, , 김장은 언제해야지, 유치원입학, 남편의 실직,오늘 저녁 반찬은 무엇.... 그런 것들로 도배되었고 가다 가다가 가끔씩 앓게 되는 고뿔처럼 지나가는 계절이었을 뿐이다.
살기 각박해졌다고,두 서넛만 모여 앉아도 한숨들이고 무얼 해먹고 살아야지 걱정이라고 푸념은 하지만 그래도 가을산으로, 다른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눈에 잡히고, 귀에 걸리는 것도 예사로운 일은 아닌걸.
작년에도, 또 그 전해에도 ,또 그전전해도...
가을은 늘 오고 가는거지만 내 눈은 다른 곳을 보았고, 내 귀는 닫혀 있었지.
이제, 계절이 내게 오는 속도보다 더 빨리 달아날 수 없음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인가? 그리하여 오히려 더이상 늦지 말게 하자는 자각이고 깨우침인걸까? 그렇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 이 긴 가을이, 가을의 누림이, 이후로도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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