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분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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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뒷목이 뻣뻣하여 잘 돌아가지 않는다.
'잠을 잘못 잤나?'
몇 번 목을 돌려봐도 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무실로 나가면서 먼저 근처 한의원엘 들렀다.
얼마 전에는 무심히 길을 걷다가 발을 잘 못 디뎌서 왼 발을 삔 것이 심하게 다쳐서 석 달 넘게 침 신세를 졌는데 또 한의원이다.
"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 하네요.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세요?"
"침 맞으면 괞찮겠죠?"
"몇 일 나오시죠."
"......"
몇 일 침을 놓아도 영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어깨며 머리 뒷 부분까지 더 뻣뻣해졌다.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큰 병이라도 생겼나하고...
물리치료를 좀 받아 볼까?
뜨거워서 움찔거리면서 찜질팩을 뒷목에 베고 눕는다
그 열기가 화상이라도 입을 지경이지만 꾸욱 참는다.
웃도리는 다 벗고 가슴께 까지 타올을 당겨 덮고 누웠는데 전기로 자극을 주는지 기계가 요동치는 느낌에 진저리가 쳐지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한 참을 꼼짝않고 누웠더니 불편한 가운데도 졸음이 살풋 들었다.
"내려오세요'
치료사의 목소리에 끝났나보다고 일어나 앉으니 옆자리로 다시 들어가란다.
관 같이 생긴 치료기에 들어가니 뚜껑을 덮어준다. 영락없이 관 속에 드러 누운 것같아 기분이 짐짐하다.
치료기 안은 바닥이 울퉁 불퉁하고 위 아래로 심하게 작동을 해서 자갈밭에 누운 것같다. 내 몸을 기계 제 맘대로 누르고 구부리고 들어올린다.
관 속에서 나와서 전기 의자에 앉으니 발바닥 부분을 아프게 두둘긴다. 어떤 이 들은 시원하다 하던데....
온 몸이 근질거린다.
"땡"하는 신호음이 울릴 때까지 참을밖에.
치료를 끝내고 병원 계단을 내려오는데 12월의 차거운 바람이 쌩하면서 얼굴을 할킨다.
'별 무 신통이네...'
물리 치료도 침도 마음에 어줍잖고 기분만 자꾸 다운이 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 이야기 중에 심심찮게 듣는 것이 어디가 아프다는 소리다.
어디가 아파서 무슨 약을 먹네, 무슨 약이 어디에 좋더라네, 누구는 어디가 아프네하는.
그 중에 여고 동창 k는 내 생각에 다분히 종합병원 축에 속해서 병도 많이 알고 처방도 많이 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진다. 내 몸이 시원찮은 까닭이겠지.
"나 요즘 단전호흡하는 중이야."
저녁이면 두어 시간씩 집 근처를 산책해왔는데 워낙 체력이 떨어져 있어서(지병이 있어 수술을 두 세 차례 받았다.)그나마도 몸에 무리가 된다고 병원에서는 가벼운 운동을 권유했단다.
그래서 아는 이의 권유로 시작한 지 한 달 여가 되어간다고.
너도 체력이 약한 편이니 시작해 보란다.
'단전 호흡'이니 '기수련'이니 '요가'니 하는 것에 예전 부터 관심이 있기는 하였으나 어쩐지 운동이라는 생각보다는 도 닦는 스님들 모습이 먼저 연상되어서 깊이 관심 두지는 않았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스트레칭이나 호흡이 심하게 뛰고 달리는 운동과는 달라서 체력 소모도 덜 되고 꾸준히 하게 되니까 피곤함을 덜 느껴" 라고 k는 말한다.
물리치료를 해도 뒷 덜미가 영 개운치가 않아서 물었더니 의사도 가벼운 운동을 권하기는 했던 터라 솔깃한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단전호흡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까운 곳에 수련원의 위치도 알아보다가 우연히 사무실 앞 동사무소 문화센타에서도 단전호흡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다음 날 가서 수강신청을 하였다. 이미 일 주일 정도 진행이 되어있었지만.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그렇게 빨리 진행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은 일사천리다.
어깨와 뒷 목의 뻐근함과 머리까지 뻣뻣해오는 것이 마음이 가볍지가 않았기에.
하다가 목이 나아지면 그만 두지하는 생각으로...
그러던 것이 벌써 삼개월이 지나 이제는 마음 한 편에 '이 정도면 건강관리는 잘 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는 위안으로 삼는다.
잘 되어지지는 않지만 호흡을 단전에 집중하는 삼십분 만큼은 마음이 편안하다.
의식적으로 잡념을 버리려는 순간도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숨만 쉬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어떨 땐 너무나 신기한 느낌이 든다.
머리 아픈 생각도 없고, 생각하는 나도 없고, 숨쉬는 나도 없는 편안하고 고요한 순간.
도심 속의 고요, 삼십분의 시간의 멈춤만 있는.
목도 머리도 어느 틈에 자유로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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