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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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가을이면 앓게 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멍해져서 하늘을 바라보다가도 눈물이 고이곤 하지요.
마치 천형처럼 오랜 시간 익숙해져 버린 가을앓이.
가을이면 마구 쓸쓸해집니다.
내 사랑하는 사람과 어여쁜 아이들을 떠올리다가도 그만 왈칵 치솟는 적막함을
굳이 날씨 탓에 돌리고 싶진 않습니다.
어쩌면 습관처럼 굳어버린 우울이니까요.
아마도 가장 많이 헤맨 것은 스물아홉의 가을이 아니었나 합니다.
내 나이 이십대의 마지막 가을에
얼마나 많이 아파했는지 마치 삼십대가 되면 이 세상의 종말이라도 오는 듯이
그 가을을 끌어 안으려 기를 썼었지요.
지금 돌이켜 보건대 참으로 어리석은 몸짓이었음을 깨닫게 된답니다.
그렇지만 그 가을이 있었으므로 조금은 성숙한 삼십대를 맞을 수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제는 차분히 사십대의 가을을...
그리고 오십대...더 많은 나이의 가을을 연륜으로 받아 들일 수도 있을 듯한데...
그러나 팔 월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금부터 파란 하늘만 봐도 슬금슬금 눈물이
솟는 것은 아직도 내 자신이 완숙한 사람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겠지요.
가을이란 이름에는 본디부터 방황이 묻어 있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아무 변명으로도 내 객기처럼 돋아나는 이 방황을 설명할 수 없음을 압니다.
바람이 부는 밤입니다.
가을이 아주 가까이 당도해 있답니다.
오늘 밤엔 그 텅빈 거리에 나가 그리운 마음으로...설레는 마음으로 가을을 맞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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