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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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설가인 나(짱이)가 엄마와의 전화를 통해
각기 아버지가 다른 네 아이를 놔 두고 또 다른 남자와
도망을 쳤다는 소식을 듣는 것으로 30년 전쯤의,
자신의 유년을 회상 하면서 전개된다
채송화꽃 피는 서울의 한 귀퉁이에 봉순이 언니와 내가있다
60년 70년대 시골 아이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가난한 집안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봉순이 언니는
친척에 의해서 버림을 받고 짱이집에서 식모 생활을 한다
짱이네가 셋집에서 중산층이 사는 곳에 합류 할 수록
버겁게 주변에서 겉도는 봉순 언니에겐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섞일 수 없는 간격이 생기곤 했었다
짱이에게는 봉순이 언니가 엄마고 친구고 나의 첫 사람으로
곁에 서 있지만 첫 사랑에 실패하고 다시 만난 남편과는
사별하는 상처 투성이고 비참한 봉순 언니의 삶을 보지만
그것은 짱이가 봉순이 언니 편이어도 어린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네 아이를 놔 두고
도망을 쳤다는 얘기를 듣고서 아주 오래전 헤어질 때
그, 혹시? 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던 봉순이 언니의 처연한
눈빛을 떠올리며..봉순이 언니의 '이것은 운명이야!'라고
말했을지도 모르는 언니의 처참했지만 인간적인
삶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망해져버리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한때는 나도 허무의
뭉게구름 엷게 흩뜨리며 우아하게 도피하고도 싶었다
절망하거나 허망한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허망의 구름다리 위에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사유는 현실의 벽을 자유롭게 뛰어넘어
무궁무진 피어오르고 때로는 악마적으로 그래서
유혹적으로 아름다우리라.... 그래, 그것은 달콤하고
서늘한 유혹이었다 그러나 형벌처럼 내 마음 깊숙이
새겨진 단어 하나.-
-작가후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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