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수목원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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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뚫리는 경춘국도를 의아해 하면서 달렸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청평호수를 끼고 달리다 보니 길 양쪽으로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지천으로 피어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은은한향기를 터뜨릴때 쯤
여름을 준비하는 시골농부들의 바쁜일상이 굽은 등허리를 보듯
차창밖으로 언뜻언뜻 지난다
잠시 차를 정차한 도로변의 야트막한 언덕에서 숨듯이 피어있는
작은 풀꽃도 만나고 우리가 지나는 길 바로 옆으로
많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가 지나면 그 기차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아련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고싶은 간절함이 생겼다
어디쯤인가에 있는 이정표만 보면서 찾아가는 그 곳
언젠가 신문의 한 코너에서 소개되었던 것을 본 기억에
의지해서 찾아온 `아침고요 원예 수목원'은 서울을 벗어난지
두 시간이 조금 지나서 만날 수 있었다
아침고요 원예 수목원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다면 도무지 사람의 흔적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을 정도로 깊은 산 속에 그렇게
고요하게 숨어 있었다
문을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그 곳에 그들만의
향기로 나를 반기었다
에덴정원,하경정원,무궁화정원,야생화정원,아침광장,허브정원 등...
정원마다 붙여진 이름처럼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어떤 사람의
예쁘게 잘 가꾸어진 정원을 넓게 확대해서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그림같은 곳이었다
푸른 산과 파란 하늘의 꿈만 먹고 사는 꽃과 나무들 같았다
영화`편지'를 통해서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돌아보는 내내 꼭 내가 영화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영화속 남자 주인공의 죽음앞에서 슬퍼하는
여주인공이 되어 내내 허우적거렸다
착각속에서 빠져나올 즈음, 맑고 투명한 소리로 물흐르는
계곡에선 맑은 물에 손 담그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물은 정말 차갑고 맑았다
오래오래 눈뜨고 싶지 않을 만큼 가슴이 시원했다
계곡옆으로 난 사잇길로 올라가 보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그 곳엔
은밀한 사랑이라도 나누듯 자잘한 풀꽃들이 조심스럽게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알아보는 이 드물어도 저희들끼리 얼굴 부비며 사랑하는 법을
저 꽃들은 언제쯤부터 알았을까?
동행한 이는 가파르고 좁은 길을 투덜거리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꽃들의 속삭임을 마음으로 듣지 못해서라고
나 혼자 단정해 버렸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이 못 견디게 그리워질때 다시 꼭 오겠다고
몇 번이고 마음으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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