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꽃이 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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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연보라색 라일락꽃,환하게 피어나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던 적이 잇다
초록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대문과 마주 보이는 곳에
낮게 놓인 장독대방
왜 장독대방 이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갖가지의 항아리가 많이 놓여 있어서 그랬던것 같다
오래전에 고향을 떠나와 객지생활을 하면서 학교에 다닐때
언니와 내가 그곳에서 몇 년인가를 살았다
몇 개의 돌계단을 딛고 올라가면 그곳, 낮은 옥상에는
했빛아래 단정하게 놓인 된장 항아리며 고추장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이웃집과 이웃집 사이로 작게 드러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엄마 생각이 난다든지 마음에서 말못할 슬픔같은 것이
몰려오면 난 그곳에 올라가 밤하늘의 별도 세어보고
건전지를 끼워쓰는 작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졸음이 쏟아져 더이상 그리움이 생기지 않을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향기로운 라일락꽃 내음은 그리움이 되어 가슴으로 흐르고
몇 번인가 나의 일기장에서 제목으로 씌어졌다
지워지기를 반복하면서 일찍이 나를
마음이 조숙한 아이로 자라주기를 강요하는 것 같았다
얼굴에서 풍기던 인상과는 다르게 초라한 밥상에 가끔
푸짐하게 인정을 얹어 주시던 주인 아줌마
지금은 어디에서 살고 계실까?
아줌마를 항상 따라 다니던 복실이(강아지)도 아직 있을까..
그리움이라든지 슬픔이라든지 내 어깨에 매달려 있던
그런 것들이 슬며시 일어서던 작은 그 집에서의 추억들이
지금은 슬프도록 아름답게 여겨진다
라일락꽃 향기가 스치는 그 길에 자꾸만 멈추어 서게되는 이유도
내 마음 어딘가에 그림처럼 걸려있는 지붕이 낮은 그 집,
그 집에서의 기억,기억때문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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