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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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보라색 우산을 든 여자아이가 아빠인듯한 사람과
비 내리는 놀이터 사잇길로 정답게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놀이터 중앙 모래밭에 주인을 잃은 작은 세 발 자전거 한 대가
내리는 비를 맞으며 쓸쓸하게 앉아 있습니다
정다운 모습과 쓸쓸해 보이는 모습, 둘 다 한눈에 알아본 모습인데
제겐 쓸쓸한 모습에 더 눈길이 갑니다
제 마음이 그래서일까요?
하늘은 온통 회색빛인데, 제가 서 있는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산은 더욱 선명한 연초록의 모습으로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바라보고 있는듯 느껴집니다
유난히 나무가 많이 서 있고 꽃이 많이 피어나서 그 곳에 가보지 않고서도 나무내음과 꽃내음을 느낄 수가 있던 천주교회 뜰안
며칠새 벗꽃이 화사하게 피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발길을
아련하게 하더니 지금 이 비에 소리없이 떨어지고 있는게 보입니다
물론, 비가 그치고 맑은 햇살이 드리우면 꽃을 틔우기 위해 망울
부풀이고 있는 다른 꽃들이 앞다투어 피겠지만..그래서 벗꽃이 화사해서 눈까지 아련했던 그때는 생각나지도 않겠지만.
꽃이 아름다운 것도 잠시 라는 생각을 하면 참 쓸쓸해집니다
간밤에는 잠이 오질 않아서 많이 서성거렸습니다
벚꽃축제에 다녀오고 싶었는데 지척이어도 가지 못하는 마음이
못내 서운 했던 모양입니다
이상하죠? 마음이 이럴땐 왜 엄마 생각이 나는지...
전화속의 엄마 음성은, 칠순을 바라보지만 봄꽃처럼 들떠 있습니다
오랜 가뭄끝의 단비,지금 내리는 이 비때문 입니다
엄마는 딸인 나의 목소리보다 비가 더 반갑고 고마워서
촉촉하게 젖은 논 둑길을 걸어 내려 가면서 벗꽃보다 더 화사한
얼굴이 되었을 겁니다
비가 조금씩 그치고 있나봅니다
앞산이 뿌연 안개에 덮혀서 그림처럼 아름답던 그 모습도
지금은 보이질 않고 간혹,우산을 손에 들고 걷고 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내일은 따사로운 햇살이 온누리에 가득했으면..하고
가만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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