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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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이 도량을 닦는 인근 흑염소 깔고앉은 몸빼바지 주인 아낙네의 속살이 궁금하다.
정수리에 가해지는 둔탁한 소리, 부르르 다리를 떨던 염소의 목에서 선혈을 주발에 받아
내미는 투박한 손에서 연꽃 한송이 파르르 떨고 있다.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에 울컥 토악질해대던 사내
입가에 묻은 피 손등으로 써억 문지르며 멋적게 웃는다.
자각인지, 몰아인지
몇 점 안되는 등심부위 도려내 육회 만들고
파릿한 칼날에 썰어진 生肝,
아내의 입술보다 더 붉다.
숯불위에서 다비식을 치룬 살점 마다
고소한 기름장 발리고
노릿한 냄새와 입안 가득 고여오는 애액으로
세치 혀 마저 씹어 삼키고픈
취기어린 히히덕 거림
포만한 밤은 부풀어 오르고
달빛 처마 밑엔 어느새
검은 만장기 펄럭인다.
반쯤 죽어 쓰러진 육신으로 스며드는
독경, 목탁소리
그리고
혼......
돈......
2003.3.22 직지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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