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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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는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다
옷을 입혀드리면 모두 벗어버리고 벗은 옷은 요강에, 설합에,
옷장속에 감추어 버린다
어디다 두셨냐고 물어보아도 "몰라 몰라 어디갔지?" 하고
동문서답이다
그것들을 찾으려고 한참씩 애를 먹는다
이블위에 올라앉으셔서는 "이블이 안펴지네" 하신다
식사는 여전히 죽으로 드시지만 잘드신다 다만 당신 스스로
드시지 못하고 먹여 드려야한다
오늘 아침에도 콩죽을 끓여서 거기다 돼지고기 장조림을 석어
김치 국물과 번갈아가며 떠 먹여드렸다 "어머니 맛있어요?"
하니까 " 응 맛았어 너두 먹어봐" 하셨다
간식으로는 토마토를 잘게 썰어 설탕을 조금씩 뿌려 수저와
드리면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드신다 흘리는게 반도 넘지만
평소에 과일을 좋아 하셔서 자주 사다 드린 덕일께다
조금전 저녁에는 춥다고 하셔서 웃도리만 긴팔 내복으로 입혀
드렸다 잠시후에 들어가보니 훌렁벗고 나체로 계시는거다
"에구 어머니 누가오면 남사스러워요 왜벗으셨어요 춥다매
더워요?" "응" 그래서 다시 런닝셔츠로 입혀드렸다
하루종일 어머님과 있다보면 서너살 아이가 하루종일 옷을 갈아
입듯이 여전 그모양새와 똑같았다
건강하실때에도 하루 서너번은 갈아입으셨던 분이다
그러므로 이상할것도 없지만 벗은 옷을 요강속에 또는 다른곳에
감추어 놓기 때문에 빨래가 지천이다
요즘에는 툭하면 비가 오기때문에 세탁기에 빨아도 잘마르지를
않아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방바닥에 깔아 말린다
그러자니 밤에는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잔다
한여름 처럼 날씨는 쪄대고 방바닥은 뜨겁고 찐통이 따로없다
저녁 식사로는 물만두를 끓여서 거기에 콩죽을 떠넣고 따뜻하게
해서 드렸더니
"만두가 어디서 났어?" 하셨다
"어머님 드리려고 제가 만들었어요" 하니까 혼났네 하셨다
알아 듣는 것도 잘알아 듣고 대답도 잘하시는 어머님께서 행동은
엉뚱하게 하시니 어떤 때는 정말 의아스럽기 까지 하다
하지만 치매가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으니 어쩌랴
그냥 그대로 편하게 받아 들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브자리도 아침 저녁으로 빨아대는데 미처 마를 새가없다
며칠전에는 매트레스를 전문으로 만드는 공장이 마침 가까운데에
있어 요싸이즈 대로 두개를 사다가 요 커버만 씌워 펴드리고 있다
가죽 같은 네자로 껍데기를 만들었기때문에 습기도 차지않고 아주
좋았다 여분으로산 한개는 서재처럼 쓰고 있는 컴퓨터있는 작은 방에
깔아 놓고 의자가 불편하면 잠깐씩 누워 보기도 한다
등이 따뜻하고 푹신하고 참으로 좋았다
2002, 6, 14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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