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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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어머님의 올해 연세는 82세가 되셨다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면서 그충격이 크셨는지 깊은 우울증에 빠지셨었다
처음에는 전신이 아프다고 허구헌날 아이구구 아이구구 하셔서 연세가 많으셔서 놓환인가 보다하다가 시내에 있는 병원엘 모시고 가서 진찰을 했더니 관절염도 심하고 위장도 아주 나빠지셔서 입원을 하셔야 했다
이참 저참 미루고 있던터에 나도 이때다 싶어 어머니 병간호도 해드드리겸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날이면 날마다 어머니 곁에서 돌보아 드렸다 헌데 병원생활을 적음을 못하고 중간에 퇴원을 하고말았다
집으로 오셔서는 한동안 그만하시더니 증세가 다시 더 심해지셨다
안되겠다 싶어서 서울 셋째 시아주버님과 의논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엘 외래로 다니면서 검사도 받으시고 진찰도 받아 본 결과가 노인성 우울증이었다 그것도 중증으로 밤에도 잠을 주무시지 못했으므로 수면제를 드셔야 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다가 약국에서 약을 사다가 지금까지 드시고 계시는데 아프신 증세는 그전 보다는 많이 호전이 되셨고 다만 식사를 제때에 꼬박 꼬박드시고 병원에 계실때 수십년을 피워오시던 담배를 끈으시면서 쌀강냉이로 바뀌어 강냉이를 담은 작은 그릇을 항상 옆에 끼고 계신다
그덕에 나는 살을 뺏고 어머님은 비만해 지셨다
어찌 되었든 병환이 호전되시어 내가좀 밖으로 나가다니는게 자유로와 졌는데 하루 이틀이 멀게 어머니께서는 사건을 만드셨다
그것도 새로 사다드린 옷이건 오래된 옷이건 가위로 자르고 바느질을 해서 소매를 짧게 만들던지 바지 기장을 줄여 놓는일이다
기가막힌 일류 재단사가 되신거다
한번은 막내 시동생이 운동할때 입던 추리닝을 입지 않는다고 시골에서 막옷으로 입으라고 몇벌을 보내왔다
그래 깨끗하게 빨아서 따로 아이들 방에 쌓아 두었었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못보던 바지를 입고 계시길래
"어머니 바지 새로 사셨어요?" 하고 여쭈었더니
"이것아 사기는 그좋은것을 왜 쌓아 두었어 내가 바지로 만들었다"
"예? 그게 무언데요"
"아 애들방에 쌓아 둔거 말여"
아뿔싸 추리닝 발목 십오리를 가위로 싹뚝 잘라내고 단을 접어 바느질을 해 입으신거다
"아니 그 멀쩡한 추리닝을 잘랐어요? 그거 애비가 입을라고 빨아서 둔건데요"
"애비가 그걸어떻게 입냐 내가 바지로 만들었다"
"그래요 아무나 입으면 임자지뭐 잘하셨어요 다음에는 바지 사달라고 하세요"
그뿐이아니다 아이들 학교에 다닐때 입던 체육복, 교복, 작아서 못입게된 티셔츠등등 어머님 눈에만 보이면 몽땅 재단이 된다
새로 옷을 사다 드려도 좀 마음에 안든다 싶으시면 몽땅 뜯어서 바느질을 직접새로해서 입으신다 처음에는 좀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으나 그건 어머님의 어쩔수없는 성품이시기 때문에 일찌감치 적당히 포기를 했다 서로가 편하기 위해서
바느질 하시는걸 원래 좋아하시는 터라 어떤때는 내가 어머님께 부탁할때도 있다 이브자리를 빨았다든지 새로 이불을 만든다든지 할때는 어머니께 일임을 해드린다 그런날은 어머니께서 신이나는 날이다
함께 이불을 꼬매다 보면
"이것아 그건 그렇게 하는게 아니여 이렇게 하는거여"
내가 시집온 얼마전의 어머님을 보는듯 하다
그러면 나는 일부러 어깃장을 놓으며
"어머니 난 잘못하겠어요 손가락도 아프고 아이고 아퍼"하면
"에구 에구 네가 뭘하것냐 그만두거라 내가 할께"
일류 재단사 우리 어머니 그저 심심하지 않으시게 일감 많이 만들어 드릴테니 열심히 재단하셔서 헌옷 새옷으로 만드시고 오래도록 내곁에 함께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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