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의 해후(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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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끝나 가는 겨울 교실에는 석탄 난로가 지펴져 따뜻했다.
선생님의 부름으로 교무실을 막 들어서려는데 3반 도덕선생님께서 학부형을 만나시고 계셨고, 그 옆에 까까머리 남학생이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었다.
남학생보다도 학생의 어머니를 보고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 보따리 보약장수아주머니가 아닌가... 그럼 그 중학교에 다닌다는 아들이...
나를 한번 흘낏 쳐다보는 그 까까머리는 얼굴이 더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하긴 나도 언제 집으로 쫓겨가게 될지 모르는 판국이 아닌가
3반까지 있는 학급은 한 반에 육십 여명이나 되는데 그중 수업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절반은 되었다 나도 그 중에 포함되었으므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상을 가르치는 나의 담임은 회초리라기보다는 좀더 굵은 몽둥이 같은 것을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며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툭 툭 치곤 한다.
"은영아! 이것 좀 집에 가지고 가서 정리해 가지고 와라"
"네" 선생님께서 주시는 서류봉투를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얼른 받아들고 교무실을 허둥지둥 빠져 나오는데
"은영아 너 참 잘 만났다 너 3학년 졸업식때 답사를 좀 만들어 보아라 알았지? 독창을 부르던지" 학생과장이신 음악선생님께서 뒤통수에다 던진 말씀이다.
내 귀에 그 말이 들어올 리가 없다 일단은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별명이 베토벤이신 음악 선생님은 모든 악기를 잘 다루신다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남녀 공학인 우리 학교는 그래서 남학생 밴드부가 있는데 타 학교아이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교무실을 빠져 나오면서 얼핏 그 아주머니께서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수업이 끝나고 화장실에 다녀 오는 중 그 까까머리를 만났다 정면으로 마주쳤는데 날 보고 공연히 힐힐 웃어서 정색을 하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핏 명찰을 보았다 "최선기"
"너 나알어?"
"아니.."
"근데 왜 웃어"
"그냥"
"미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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