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초롬이

초롬이

동창회를 마치고



	어린 동심이랄까 내가다니던 중학교는 남,여 공학이었다 그래서 항상 동창회를 해도 따로국밥처럼 남자따로 여자따로 동창회장도 따로, 모두 따로 따로 놀았다 지금까지 실상 동창회라고 해보아야 고향에 살고있는 친구들 몇명(여자 8명)이 모이는게 고작이었다 그래도 남자들은 모임이 튼튼해서 회비도 제법 많고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한다고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보니 그리고 가정을 갖고 있는 아줌마 들이란 원래 핑계가 많은법이다 이래저래 하다가 결국은 내가 몇년전부터 십자가를지게 되었다 그것도 외지에 나가있는 친구들은 의례히 전화만 하면 동창회 이야기를 했고 사방에 흩어져있는 친구들 연락처를 내게 보내와 계속 수첩에 적다보니 그럭저럭 알게된 친구들이 졸업생 350명중 여자만 49명이다 알려면 더 파악 할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법이니까 2001년 9월 15일 한달전에 미리 전화로 서울지역과 안양, 수원에 사는 친구몇명에게 선전 포고를 해놓고 서신을 멎지게 만들어 발송을 했다 ********************************* 아아! 지겹도록 무더웠던 여름이 이제는 정말로 우리 곁을 떠나갔는가....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이 제법 살 갓을 파고듭니다.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긴 신작로 길가에로 하늘하늘 한껏 피어있어 참으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하고 있습니다. 오곡이 무르익어 너른 들판이 점점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답니다 여러분의 고향 안성이 참으로 아름답고 복 받은 땅이란 걸 아시고 계시는지요 동창여러분! 그동안 편안하셨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이제서야 소식을 전해드리게 됨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육십년만의 가뭄, 그뒤이은 게릴라성 폭우, 살갓을 구웠던 무더위, 갖가지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인해 서로가 생활에 바쁜 일정을 보냈으리라 사료됩니다. 바야흐로 가을... 내 고향의 9월은 거봉이 탐스럽게 영글어 가는 계절입니다 거봉을 비롯한 안성포도 맛 한번 실컷 보게 해 드릴 테니 꼭 내려오세요 언제냐고요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금번의 장소가 다소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동창 분이 하는 식당이니 우리가 돕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자동창친구 들과 입을 모아 결정을 했습니다 그 대신 2차로 포도밭엘 가기로 되어 있으니 즐거운 시간이 되실 거란 생각입니다 친구분들의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를 바라구요, 그렇다고 회비에 부담을 갖지 마시길 또 방법이 있겠지요, 동창분중 포도밭을 하고 계시는 분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첨부하는 명부는 지난번에 주소나 전화번호가 틀린 부분이 많아 수정 하였구요 새롭게 주소를 알게된 동창분이 있어서 등재했습니다 참고하시고 서로 전화라도 하셔서 안부라도 전하시고 그 동안 쌓였던 그리움을 삭히시길 그럼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신 친구분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하시리라 굳게 믿겠습니다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시고, 더욱 행복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1. 일시 : 2001년 9월 15일 토요일 11:30분 2. 장소 : 안성고속버스 터미널앞 유진다방 3. 식당 : 아양동 소재 부흥회관(남자동창 김영철네) 부흥회관 전화 031-676-3113, 3114 4. 회비 : 이만 원정 ******************** 이상이 동창들에게 보낸서신이다 결과는 여자 15명, 남자 14명 총 29명이 참석했다 휜서릿발이 약간씩 내려 있는 모습들은 모두가 비슷했다 서로가 눈인사를 하며 반가움에 탄성을 질러대고 끌어안고 악수하고 등을 두드리고 얼굴을 비비고 참으로 그리웠던 모습들이었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을 격었던 탓일게다 33년만에 처음으로 남,여가 함께 동창회를 하게 되었으니 감회가 남다를수 밖에 내 가슴에 불을 질렀던 선기도 그날 만났다 27년만에 만난 얼굴이지만 서두를 꺼내기가 웬지 쑥수러웠다 중년으로 불혹의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이제는 자녀들을 출가시킬 나이이다 그 자리에 여우같았던 계현이가 장남 결혼이있다고 청첩장을 내밀어 박장대소를 하지않을 수 없었다 여자들끼리 동창회를 일년에 두번 했었는데 그때마다 바쁘다고 나오지 않았던 터라 많은 친구들의 눈총을 있는대로 받았다 "학교다닐때로 여우같더니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하네" ㅋㅋㅋ 난 그런 계현이가 귀엽게만 보였다 회장은 외지에 나가있는 친구를 선출하고 총무는 내가 맡기로 하였다 친구들과 연락이 잘되고 아이러브스쿨에 우리 동창들의 시샵을 맡고 있으므로.... 친구들이 내게 고맙다고 수고했다는 말을 입이달토록 해와서 공연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학교에 다닐때나 사회에 나와서나 글쓰는거 편지쓰는걸 좋아하더니 사고쳤다고.... 오고가는 술잔...웃음소리....정겨운 잡담소리... 친구들의 바램으로 다음에는 은사님들을 모시고 모임을 갖기로하고 병세네 포도밭에가서 포도실컷먹고 여자들의 회비로 전원에게 포도 한상자씩 선물로 사주고 필요한 친구들은 한 두 상자씩 더사고 큰 보물이나 된양 고향의 맛을 끌어 안고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내년 2월초 쯤에 3학년때 담임이셨던 은사님들을 모시고 동창회를 가질예정이다 이미 선생님들과 나와는 연락이 오고가는 터이고 보니 어려울게 하나도 없다 선생님들께 전화해서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대답을 하셨다 선생님들의 별명을 한번 상기해보자 3학년 1반 나의반이다 선생님이름은 밝할수없다 별명 드라큐라... 얼굴은 못생겼어도 마음은 비단결 같으신 분이다 비단결 같은 선생님의 마음은 우리반 아이들중 나만 아는 사실이다 영어를 가르치셨다 3학년 2반 핸섬보이, 키다리아저씨 항상 깔끔한 용모와 신장이 남다른게 크신 덕분이다 문법,작문을 가르치셨다 3학년 3반 장군, 전쟁영웅 예비역 소령덕분이다 육이오 참전용사이셨고 화랑무공훈장도 받으신분이다 아마 선생님을 모시고 동창회를 한다면 3반이 가장많이 모일것같다 선생님들중 인기가 가장 많으셨으므로 지금도 당신이 거주하시는 곳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발휘하고 계신다 반공, 도덕을 가르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