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만의 남산휴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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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휴계소는 주유소가있고 그뒤에 기사님들과 손님들 쉬어가라고
스넥코너와 슈퍼 그리고 옆으로 식당 건물이 붙어있는 별로 크지
않은 삼죽면 진촌리 도촌마을의 38국도 큰도로옆에 있는 휴계소이다
내가 살고있는 마을에서 2km 는 떨어져 있나보다
이곳엘 자주 오게된 동기는 지나가다가 주유소에 기름을 넣기도 하고
영감님이 술을 좋아해서 퇴근후나 시간이 늦어지면 집에가서 얼른
밥을 먹기보다는 술이먼저 생각나는지 그때문에 한두번 들르다가
단골이 된것이다
고정 손님은 별로 없고 지나가는 뜨네기 손님만 있다보니 단골도
없고 스넥코너나 슈퍼에 들르면 언제나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우리 내외를 반기는것 같았다 들어가면 의례 제일먼저 영감님 캔맥주
한개, 안주로는 배고플때는 꼬모꼬우동 한그릇 시켜서 같이 먹기도
하고 어느때는 어묵꼬치로 안주를 하기도 한다
꼬모꼬우동은 몇가지어묵과 우동국수를 넣어 만든 우동인데 국물도
시원하고 맛이 괜찮은 편이다
작년 주유소 주변의 가을단풍이 붉게 물들어 장관일때 단풍 구경하러
올라갔다가 들리게 된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겨울에는 눈이 하얗게
쌓인 산야가 눈앞에 보여져서 마음을 시리게 하더니 요즘같은 봄에는
번갈아가면서 꽃들이 피어 또한 장관을 이루었다
제일 처음에 하얀 눈송이 같은 싸리 꽃이 온통 하얗더니 그다음엔 진달래가
피었었고 지금은 연산홍이 붉게 물들어 온통 울긋불긋한 수를 놓은듯한
꽃밭이다 거기다가 밤에는 보너스로 유원지에 가면 볼수있는 작은 반짝이는
불들을 작은나무마다 설치해놓아서 그야말로 작은 별들의 잔치처럼
깜빡이는 불빛이 귀엽기 까지하다
그리고 큰길가에 지나가는 각종 차량의 물결을 볼수있다
가끔 무슨일이 있는지 앰블런스가 앵앵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갈때도
있고 소방차 몇대가 줄지어 가는일도 있었다
요즘에는 밤이 되어도 춥지를 않아서 먹을것들을 사가지고 밖에 설치해 놓은
색색의 파라솔이 펴진 테이블이 있고 그 밑에 예쁜의자에 앉아 영감님과
자주 야밤 데이트를 한다
어제밤에도 갔었는데 조금떨어진 마을에 살고있는 시동생을 오라고 불렀더니
금방 차를 몰고와서는 우짠 데이트냐고 덩달아 좋아라 하며
"아니 이렇게 좋은데를 이제야 가르쳐 주세요 그래? " 했다
안성에 사는 love가 시골집에 왔는데 어디계시냐며 전화를 해와서 휴계소로
오라고, 작은 아이까지 같이왔길래 " 어쩐일이냐 " 물으니 내일이 어버이날
이라 꽃이랑 선물을 사가지고 왔단다
그덕에 판이 크게 벌어졌고 흐린 달빛과 별들이 보이고 사람이 뜸해
한적한 휴계소에서 지나가는 차량의 행렬을 바라보며 시간가는 줄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고 술기운이 오른 영감님의 입담에 귀기울어지고
가로등 불빛에서도 붉게 타오르고있는 연산홍꽃 처럼 우리 가족들의 마음도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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