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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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마음으로 출근을 해서 무료진료 나갈 차비를 서두른다
무의탁 노인들이 계시는 사회복지 시설로 이름이 『밝은 집』이다.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거기다 치매환자가 많아 어린아이들 처럼 서로의
의견 충돌이 분분해 원장님 조차 더불어 치매 환자가 된다.
대형 이동병원 차량에서 치과진료를 하고, 엑스선 촬영도 하고,
건물안 넓은 공간 휴게실에서 일반진료와 인생상담에 꽃을 피우는데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할머니 한 분이 내게로 다가 와서는
『나 어제 이빨 뺏는데 또 뽑아 줄 꺼야?』
하시며 매달린다... ..
자세히 설명해서 일반진료를 하시게 하고 나니 또 한분이
『나는 속이 아파 안 아픈 약 많이 줘!』
하시며 매달려 다시금 살살 달래서 진료를 받도록 하고 한숨을 돌린다....
산골짜기에 위치한 『밝은 집』은 교회 단체의 많은 자원봉사자 들이
남 모르게 숨은 듯 찾아와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 그나마 운영이
잘되고 있는 시설 중에 하나이다.
면단위 보건지소에 근무할 때 보살펴 드리던 거동이 불편한 환자 몇분을
지금도 가끔 간식거리와 비상약 등을 챙겨 가지고 찾아 뵙곤 하지만
그때 마다 가슴이 저려 옴을 느낀다.
자녀가 있어도 찾아오지 않고, 돌보지 않아 방치된 독거 노인들....
IMF가 오면서 부도난 사업을 충당하려고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을
몰래 팔아 버려 오갈때가 없어진....
그래도 시골엔 인심이 좋아서 동네 사람들과 리장님이 마을회관에
방 한칸 내어주고 땟거리도 대주어 근근히 살아가는 노인부부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가난 때문에 젊은시절 남편은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노동일로 돈을 벌어 집에 보내고..
아주머니는 집을 떠나 있는 남편을 조금이라도 거들기 위해서
자식들의 땟거리를 마련하려고 남의 집 큰일 마다 쫓아다니며
일손을 도와주고...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며 돈을 모아 내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렇게 고생 고생하며 근 이십 여 년을 살아 오다가....
자식들을 하나 둘 출가 시키고 나니 아주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반신마비와 심한 신부전증으로 이삼일에 한 번씩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 형편으로 꼼짝 못하고 누워서 생활을 하게 되자 남편이 내려와 간호
를 할 형편이 되었는데....
남편 또한 오랜 타향살이를 하면서 식사를 제때에 하지 못하고 힘든일에
시달린 때문으로 만성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가정방문사업을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자주 들러서 보살펴
드리게 되었는데, 그 분들의 자녀들은 그런 부모의 젊은시절 애틋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보지를 않아 병원비와 생활비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
서둘러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자에게 부탁하고 동네 리장에게 서류를
제출토록 하여 한시적 1종 영세민으로 어렵사리 등록해서 병원비 부담을
덜어 주었고... 지역신문에 그 사정을 간단하게 올렸더니 지역사회의
인정이란 그런 것 인지 도와주겠다는 손길이 여기 저기에서 뻗쳐와 간간이
자원봉사자(병원 다닐 때 차량 지원)들도 보내드리고...
직접 찾아가 마비된 팔과 다리의 관절운동을 시켜 드리기도 하고
성금이 접수되면 다만 얼마라고 병원비로 보태드려 작은 힘이 되어 주었다.
부서를 옮기면서 자주 찾아가 뵙지 못해 전화로 가끔 안부를 묻고는 하는데
전화 할 때마다... 그리고 다른 직원이 찾아갈 때마다.. 보고싶다는 안부를
전해온다....
해를 거듭 할수록 연륜이 쌓여 가는 만큼 내 인생의 탑도 높아만 가는데..
온갖 정성과 공을들여 자라난 내 피붙이인 자식들에게 나또한 버림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지금도 약을 포장하고 있는 내 주변을 돌며 아무도 알아 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 거리는 노인을 보며 그 노인의 생애를 되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 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 일
아닌 걸로 여겨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 때
내집을 방문해 준 사람에게 복이 있나니....』
칠십 오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밝은 집』이동무료진료를 통해서 비로소 봉사는 시간이 없는 중에 하는
것이 더 값지다는 것을 깨 닳았다. 머지않아 나 또한 할머니가
될 것이 아닌가...
전화라도 자주 해서 목소리라도 들려 드리고 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
나를 기다리고 계실 어르신들을 찾아 뵈어야 겠다.
행복이란 선물을 가슴에 가득 담고서.......
추신 : 밝은 집은 노인시설로 말그대로 양로원 같은 곳입니다..
40 ~ 50분의 노인의 숫자가 왔다 갔다합니다...
대부분 자녀가 없는 노인들이 지만 자녀가 있어도 돌보지
않아 방치상태에 있다가 시청 사회과를 통해서 이곳에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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