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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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터벅
무거운 발 그림자는 내 발뒤꿈치를
바로 쫓아 늦은 문을 들어선다
팔순 노모의 여린 눈길이 어깨위로 날아 앉고
등을 보일 수밖에 없는 남자는 가장(家長)의
두터운 옷을 벗어버리고 싶다
장거리 운행, 하루 일당은 식구들의
끼니 걱정을 덜고
갈수록 높아지는 혈당(血糖)은
발가락 모세혈관까지 파고들어
얇아진 살점까지 좀먹고 있다
힘든 일상의 회의(懷疑) 때문이 었을까
동료의식에 매도 되어버린 너무나 강직한 그의 삶
이를 인내하지 못한 아내는 남겨진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잊어 버렸나...
노모가 차려온 밥상에는 당뇨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달아난 입맛에 기죽은 아이들이 눈치를 살피고
방 한구석 옷걸이에는 여자의 잠옷이 너풀거리고 있다
눈동자에 그려지는 그녀는 잠못들고 있지는 않을까
뒤로하는 발자국 소리에 대문간 개는 요란한
경적을 울리고 차가운 바람이 쓸쓸함을 안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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