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정(餘 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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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희뿌연 안개가 동네 허리를 두르고
무서리로 고개 숙인 들 풀
촉촉한 길을 따라 한가로움이 뚝뚝 떨어지는
발걸음을 옮긴다
저 멀리 희미한 라이트
소리만 뒤로 한채
재빠르게 모습을 감추어버린 트럭
옆구리에서 쏟아 놓는 시커먼 부유물은
힘들게 서있는 나무속에 삼켜지고
낙엽만이 뒹굴고있는 산언덕 배기
어느새 무거운 걸음은 정상을 오르고
마을 전경이 한 눈에 감싸여 졌다
나무가 내린 뿌리만큼 성숙하지 못한 내 삶
돌아보고 싶지않은 뒤안길을 이곳에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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