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초롬이

초롬이

원희 장가 가는날....



	원희는 친정 큰이모님의 자녀중 제일 막내아들이다 그아이는 어렸을때부터 몸집이 좋아서 사람들이 5세때도 7세 ~ 9세까지 보았었다. 4년전에 결혼을 성대하게 치루었었는데... 신혼여행지에서 부터 말썽이 생겨서 엉청나게 다투며 산다고 이야길 전해들었는데 결국은 3개월만에 각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년정도 있다가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만나 연애를 하다가 아이를 갖게되고 동거생활 3년만에 다시금 가까운 친지들만 연락하고 이번에는 조촐하게 결혼식을 갖게되었다 친정어머님의 형제는 큰이모, 엄마, 외삼촌(6.25때 행방불명), 그리고 사진만 보고 강원도 인제로 시집을가서 어머니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막내이모 이렇게 사남매다 막내이모는 시집가기전에 우리집에서 기거를 했었는데 유난히도 날 이뻐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이유는 다름이 아닌 내가 당신을 닮았다는 거다. 어린 나는 못생긴 이모가 하필이면 왜 날 닮았다고 하나 해서 엄청 미워했었는데.. 톡톡거리는 날 지금까지도 걱정하시며 가끔 전화해서는 강원도 어조로 "야! 아야... 너 아픈데 없나! 몸간수 잘하라.. 병나면야 서방한테 미움받는다야... 이모가 시집이라구 해서 갔는데 이모부는 선천성 소아마비 환자여서 밖엘 나다니지 못했단다 친정머어니께서 늘 마음아파했던건 남편이 불구자인거와 그 먼 산골짜기로 시집을 가서 자주 볼수없었던거다 그때만해도 비포장 도로에다 강원도 인제라면 원래멀어서 "인제가면 언제오나" 라는 노래까지 불러대곤했었다 막내이모는 남매를 낳았는데 딸은 결혼해서 속초에서 아들만 둘낳고 잘살고있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작년에 결혼해서 지금 오산에서 살고있다 막내이모는 팔자가 기구해서 삼십전에 과부가 되었다 세 자매가 모두 일찍 과부가 되었는데 그래도 그중 막내이모만은 재혼을 해서 아직도 인제 기린면에서 새 이모부를 확잡고 살고계신다 틈만 있으면 산으로 약초도 캐러가고 송이버섯도 따고 수십마지기 농사도 지우시고 보통 극성이 아닌데 그래도 그 삶에 대한 의지는 본받을만 하다 큰 이모님께서는 송탄시장에서 어물생선가게를 얼마전까지도 크게 하셨는데 건물 주인이 상가를 새로 짖는 바람에 그만두셨다 큰이모님은 한글을 모르신다 외상으로 사가는것을 머리속에 담았다가 집에가서 올케한테 장부에 적으라고 하구선 불러주신단다 언제 내가 결혼전 엄마랑 다니러 간적이 있었는데 가게문닫고 집에오신 이모님께서는 며느리한테 장부를 가져와라 하구선 줄줄줄.... 그날 파신것과 외상나간것을 옛어르신들 글읽어가듯 불어대셨다... 어린 마음에 참으로 웃으웠지만 이모님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팔순이신 연세에 지금도 가까운 동네 산엘 두시간씩 오르내린다니 나는 산한번 오르려면 몇번이고 쉬었다 올라야 하는데.. 산에서 할아버지 친구분도 사귀셨단다 큰이모님께서는 팔순에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계신것 같다 오늘도 아픈 동생(나의 어머니)을 바라보고 안타까워하며 작은손가방을 뒤적이시더니 약사먹으라며 주머니에다 용돈을 남모르게 넣어 주시는걸 보았다 웬지 내 작은 가슴에 서글픈 생각과 이모님께 고마운 마음이들어 원희 축의금 외에 신혼여행가서 쓰라고 폐백할때 두툼한 봉투를 올려놓아 주었다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윗사람이 동생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을 받기만 하는 아랫동생들은 잘 모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 형제도 칠남매, 큰이모님도 칠남매를 낳았으나 우리는 내밑에 여동생이 대장암으로 팔년전에 세상을 버렸고, 큰이모님은 큰딸을 간암으로 잃었다 둘다 당신들을 가장 많이 닮은 딸들이었는데... 원희의 결혼식은 우리 친정 집안에 마지막 결혼식이 되었다 이제는 조카들... 내아이들이 성장해서 결혼을 할때 또다시 오늘 처럼 만날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가는 세월을 잡을수없으니 점점 젊은날 형제들의 모습에서 하나둘씩 인생의 탑이 쌓여가는 만큼 어린시절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않테지... 원희야! 네결혼 축하한다... 잘살아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