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어버린 할머니
|
| |
|
|
| |
| |
| |
지난번 장마에 헛간같은 집은떠내려 가버리고 자신마저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 가다가 바위틈새에 발이걸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할머니..
마을분들이 급하게 마을회관의 방한칸을 내어주어 그곳에서 근근히 살아가고있다 우선은 급한대로 살기야 하겠지만 겨울이되면 다른곳으로 옮겨야 한단다
"할머니 이름이 뭐예요?"
"으응? 몰라~"
동네 리장이 이름은 알려주었지만 자신의 이름마저 기억하기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그리웠던 탓일까? 손이 곱다며 잡아 끈다..
할머니와 한참을 이런 저런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조금 지나고나니 말문이 열리는지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20살이되도록 동경에서 가족과함께 유복하게 살았단다. 그러다가 한국 유학생을 알게되어 사랑에 빠졌던 모양이다.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가족몰래 한국으로와서 그사랑하던 유학생 집으로 인사를 갔더니 이미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었단다.
배신감이 들어 자살까지 하려했으나 차마 죽지못하고 일본으로도 가지못하고 우리나라에서 돈을벌어 그럭저럭 살다가 나이가 차면서 양자를 맞이하여 장가를들여 며느리도 보고 손자도 낳고 잘살았었는데 그양자 아들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되자 며느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남자를 만나 있는재산 다팔아가지고 떠나버리고 또다시 버림을 받아 오갈데가 없어진것을 동네리장이 방앗간 한구석 헛간을 내어주어 (겨울엔 불도못때는방) 목숨만 근근이 부지하고 살아왔단다 팔십이 다되신 연세에 의지할 가족하나 없이...
지난주에 차량 봉사를 나갔다가 알게되어 오늘오후에 김치를 좀 싸가지고 찾아갔었다. 할머니는 계시지않고 방안은 엉망이어서 청소한바탕 하고나니 들어오셨다
"누구야?" 알아보실리가 있나..
"할머니 김치 가져왔어요 앞으로 자주올께요" 내가 누구랄것도 없었다.
알려고 하시지도 않았다 다만
"김치 없어도되니까 자주만 와 우리 애기하자" 하신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게다
이제는 정말 그동안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해야 할때이다.
앞으로 바빠질것 같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들어주려면...
2000년 8월 23일 宋賢淑씀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