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하얀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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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앞에 정갈하게 벗어 놓인
스님의 하얀 고무신 속에는
가을 햇살이 들어가 소꿉놀이를 하고 놉니다
스님께서 독경을 끝내시고
어험, 하시고서 일어나시면
가을 햇살들은 앞다투어
단풍나무 그늘로 달려가 잽싸게 숨어 버립니다
법당 안에 앉아 계시던 부처님께서도
가을 햇살들의
익살스런 행동을 보시고서 미소지으십니다
*
석양이 드리우자
가을 햇살은 서산으로 잠자러 가고
스님께서도 주무시러 방에 들어가시고
스님의 발을 담고 다니던
하얗고 정갈한 고무신 속에는
텅 빈 적막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스님의 하얀 고무신 속에
밤하늘의 별들이 내려와 반짝거리며
소꿉놀이하고 놀고 있지 않겠어요
언제 내려 왔는지
별들이 내려와 벌써부터 소꿉 놀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낮에는 햇살이
밤에는 별들이
이렇듯 스님의 하얀 고무신 안에는
온 우주가 내려와 놀다 가는 놀이터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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