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옛날 초가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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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끝 자락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겨울 월동준비가 시작되면 지붕개량을 하기위해
동네 어르신들께서는 그 해에 나온 볏짚으로
마름을 엮어 지붕 위를 덮고 바람에 펄럭이지 않기 위해
굵은 새끼줄로 예쁘게 마무리하여
용마름으로 맨 꼭대기에 예쁘게 모자처럼 씌우고서 단단히 묶고
기다란 대나무 간짓대로 쓱윽쓱윽 빗어 주고
쭈삣쭈삣 나온 처마 끝 이엉들을 잘든 낫으로 단정하게 베어 주면
노란 초가집은 버섯모양처럼 따스한 삶의 궁전이 탄생하곤 했지요
용마름은 볏 집을 거꾸로 틀어서 엮어 놓은 모양이
꼭 용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흙으로 쌓아 놓은 담이 눈이나 비가 오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용마름을 길게 엮어 덮고 나면 보금자리의
월동준비를 마무리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남자들만 바쁘냐 그것은 아니지요
집주인 아주머니는 일하시는 동네 어른들을 위해
전날부터 준비해둔 찹쌀과 팥으로
찰밥을 맛있게 만들어서 세참으로 막걸리 곁들여 내놓으시곤 했지요
동네 어른들께서는 길다란 총각김치 입에 넣기위해서
젓가락 대신 조상이 물려주신 손가락으로 집어서
고개를 하늘로 향하고 한입 가득 입에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 묻은 손가락을 옆구리에 쓱 닦고서
게걸스럽게 세참을 잡수시고 막걸리 기울이시며
웃으시던 동네아저씨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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