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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뚝가에서
강은교
바람이 세상을 벗긴다
비쩍마른 산천이 성큼 일어서고
새들이 마을 가까이로 내려온다
하늘이 열어놓은 들판 한구석에서
풀꽃마다 머리수건 하나씩 동여매고
골수에 빠진 먹구름을 털어낸다
철둑가에서 삽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고있는
지난 겨울의
헛된 희망과 약속들
먼길 떠나는 바람을 배웅한다
다시 한번 살아가야지
화려한 기폭은 올리지 못해도
골목끝에 매달린
삶에 겨운 빨래들
그 나부끼는 눈물의 힘으로 살아가야지
활짝 핀 개나리 속으로
떼지어 몰려들어간 햇살이
샛노랗게 물들었다
우리도 무엇엔가
저렇게 물들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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