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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모릅니다
김해화
비가 내린다
인정은 모두 지워지고
가슴이 텅빈 사람들만 무겁고 잔혹하게 서서
깃발을 흔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도시의 변두리
식어가는 노동의 숨결만이 처참하게 자지러드는
저녁 공사판에
아프게 가을비가 내린다
빗속에 갇혀
밟혀서 다져지고 시든 젊음을 짊어지고
가슴이 젖을수록 목이 마른
우리도 지워져 간다
아아
가을이면 미치게 어우러지던
고향의 코스모스
밤이면 시냇가에 천국처럼 피어나던 달맞이꽃
지금도 피어 있을까
여름내 들인 봉숭아 꽃물 알맞게 지워진 손톱을 하고
황토길 따라 가시내들 오가고
지게목발 장단 맞춰 콧노래 부르며
머슴애들은 재 넘어가고 있을까
잃어버린 땅의 잃어버린 날들이여
밀리고 밀리다가 더는 갈 곳이 없는
서러운 땅의 서러운 저녁
우리는 알고 있지
우리것이면서 우리편이 아닌 노동을 일으켜 세우며
누가 박수치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가
우리들의 야윈 가슴 위에서
누구의 키가 높아가고 가슴이 넓어지는가
우리는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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