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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자르며
김우연
꽃을 자르는 일은 슬픈 일이다
가위소리 없이 슬며시 잘라도
어느새 알아차리고는 잘리운 꽃곁으로
말없이 다가와 비웃음과 눈물을
함께 내어미는 얼굴, 잘라도 잘라도
자꾸만 내어미는 서러운 향그럼
해거름 무렵까지 온 힘으로 잘라도
그칠줄 모르고 피어나는 끈기의 힘
예리한 가위가 지쳐 나자빠질 때
가위질 서툰 나를 향해
꽃들은 일제히 허연 이빨을 드러내어
참담한 웃음을 씹어 뱉았다
한밤이면 고통의 늪속으로
깊이깊이 쓰러뜨리고마는
심지 잃은 고뇌, 떠도는 자유의
허리를 자르는 일은 위험한
일이다 무엇을 위해 싸우다
낯선땅에서 후줄근한 끓는 피를
바쳐야 했는지 모를
파월병사의 녹슨 총구 앞에
놓여질 꽃, 철장속에서 울부짖다
외롭게 죽어간 묘비도 없는
어느 시인의 하얀 늑골 아래
놓여질 꽃 나에겐 결국
쌀이어야 하고 술이어야 하고
돈이어야 하는 아름다움을
배격하며 비굴해져 가는 꽃
꽃들은 끝도 없이 슬픔을 내밀어
궂은날은 쉽사리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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