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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저문다
이준관
해 뜨는 아침에서 해 지는 저녁까지
들판은 가축떼 사이에서 빛나고
선머슴애들은 꽃을 꺾는다. 그 꽃을 받으러
저녁 첫별은 뺨이 붉어서 온다.
무슨 새알처럼 조그만 연기 나는 집들.
저 알 속으로 사람들은 돌아온다.
아침이면 수탉이 맨 먼저 깨고 나올 알들.
별의 중력 속으로 차츰 옮겨 가는 저녁.
밭이삭을 베고 온 기도하는 손과
까만 눈동자만 남기고
등뒤에서 자박자박 땅은 저문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때.
어머니가 자식을 부르고.
남편이 아내를 부르고.
부르는 소리로 저녁은 가득 찬다.
사람들은 사랑이 목마른 어린 새끼들이 되어
불빛 주위로 모여든다.
그들을 포근히 안아 주는 불빛의 둥근 껍질들.......
나무는 오늘 저녁 눈썹이 까만 달을
새로 잉태할 것이다.
바람나서 떠난 잎사귀들은
얌전히 발가락을 모으고 돌아와 있을 것이다.
한낮의 밝은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와
사람들은 이제 살아 있는 제 몸을 만진다.
제 목숨의 까만 눈동자를 깊이 들여다본다.
주먹을 펴서 제 것이 아닌 것들을 하나씩 어둠 속으로
풀어 준다.
저녁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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