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상問喪
김성찬
밤도 늦어 박 선생의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동행할 이 없는 저문 길
에 대학병원 영안실을 찾았습니다. 아는 이 없는 빈소에서 박 선생의 센
머리카락을 뵈옵고 죄인 된 참혹한 심정으로 가슴 저린 인사를 올리고
낡은 구두를 꿰어차고선 돌아섰습니다.
짧은 인사가 넉넉한 위안이 될까만 남루한 이승의 옷 벗어 던지고 가
는 먼 길에, 행여 이승의 배꽃가지에 걸린 조각달처럼 허전한 명부冥府
의 길 동행하는 등불이라도 되었으면, 무명지 사루어 소지공양燒紙供養
올리듯 마음이나 다 할 수 있었으면, 내 가야할 길 먼저 가는 길손이라
도 배웅하듯 박 선생을 뵙고 마음 시린 인사를 올렸습니다. 에돌아 가야
할 먼 길을 바장이면서요.
한평생 이승에 남긴 젖은 그림자나 쓸자고, 저문 먼 길에 기름등燈 하
나 걸어 드리자고 먼 곳의 안부가 하도 궁금하여 낯모르는 분의 문상
자리를 찾았습니다. 극락왕생極樂往生 천국영생天國永生 하시라고, 이 땅
저린 삶이 곱게 물들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