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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난간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이 원
쇠난간 끝에서 새 한 마리가 중심을 잡는다 그 옆에 화초의 동그랗고 빨
간 열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들도 다닥다닥 여물고 있다 여무는
것들에게는 씨가 생긴다 중심이 들어선다 새는 눈에 씨를 심어놓고 있다
두 다리 위에 떠 있는 새의 눈에 확확 달궈진 햇빛이 박힌다 난간의 중
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새는 온몸이 검다 녹물처럼 흘러내리는 살은 난간
에 거꾸로 매달린 그림자에 달라붙는다 햇빛에 숨구멍을 모조리 틀어막
힌 화초가 사방에 비린내를 풍긴다 공기들이 몰려들어 단물을 핥는다 하
늘을 벗을 사이도 없이 구름들은 몸 안 가득 물고 있던 칼날들을 뭉텅뭉
텅 떨어뜨린다 남은 살을 추켜올리며 새는 오래된 다리로 난간 밖의 허
공으로 들어간다 화초는 어둠으로 몸 안의 물을 가두고 있다 하늘이 쩍
쩍 갈라진다 그 금으로 지평선이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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