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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는 묵음으로 노래한다
최익자
사진 속, 타래난초 꽃대가 공중의 공기를 나사모양으로 감고 우뚝 서
있다. 바람이 불면 이내 꺾어질 듯한 꼭대기에 여치 한 마리, 비틀린 음
지쪽에 한쪽 다리를 박고 아래 세상을 내려다본다. 다른 뒷다리는 어디
갔을까. 유충의 티를 막 벗어 난 꽁무니를 꽃대에 바싹 붙여 몸의 균형
을 잡고 있다. 멀리 긴 거미줄에 걸려든 방아개비. 크게 작게 흔들린다.
꽃대에 몸을 가까이 붙이고 공기의 파장을 더듬는 여치. 오늘 밤 비벼대
는 소리는 묵음이다. 아래쪽부터 나사가 조금씩 풀리면서 꽃이 핀다. 느
슨함이 아름답다. 자리를 옮겨 앉을 줄 모르는 여치의 몸뚱이가 언뜻
꽃대인 줄 알고 여름이 그냥 지나치려 한다. 여치가 부르는 묵음은 꽃대
속으로 흘러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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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1  부엌 문을 열고 어머니가 내다보던 마당을 - 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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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9 물렁해, 슬픈 것들 - 김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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