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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신록新綠
김수복
봄날, 신록의 숲 속에 어머니가 앉아 계시다 연둣빛 치
마저고리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가르마 길을 머리에 내고
흰 고무신 섬돌에 올려놓고 어머니 숲속 신록의 방에 앉
아계시다 뒷산 소쩍새 우는 소리, 뒤주 쌀독 바닥 긁히는
소리도 듣고 어머니 홀로 먼 길에서 돌아와 방 깊숙이 앉
아 계시다
그해 겨울, 칠성 시장 좌판을 돌던 찬 바람 소리에 온 몸
을 내주었던, 무성했던 녹음의 그늘 다 세상에 내주고 홀
로 빈 나무로 서서 객지로 돌았던, 거친 세월의 빈 몸을
이제 벗어두고, 어머니, 신록이 도는 몸으로 방에 돌아와
앉아 계시다
대낮에는, 소쩍새 우는 소리 다가와 몸에 닿으면 소쩍새
가 되고, 해 저무는 저녁이면 그림자를 거두어 다시 뒷산
이 되어 뒤로 물러가 앉으시는 어머니, 어머니의 머리칼
이 붉게 타오르는 저녁이 깊어지면 신록의 숲들은 어머니
몸속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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