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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통의 편지와 한통의 답장86
이 정 현
여든여섯째 편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나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얼굴도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지요.
하지만 그들은 저마다의 길로 걸어가고
뿔뿔이 흩어져
이제 남은 친구들은 얼마입니까.
같이 고민을 내려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친구는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우리는 정말 많은 친구와 헤어집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수많은 친구들 중
이제 우리 옆에 남아 있는 친구는
손가락안에 꼽아집니다.
인생은 수많은 헤어짐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인생의 끝에 서게 되면
그땐 인생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겠지요.
그중 몇몇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오늘, 나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는 뭐가 고맙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친구가
나를 위해 울어줄 것을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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