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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박상옥
어울려서 보리밥집으로 갔다.
보릿단같은 아줌마가 가볍게 날라다 주는 보리밥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서리가 구수무리하다
푸성귀를 밥보다 많이 넣고 고추장을 듬뿍 풀어
밥알이 뭉개지도록 비빈다.
비빌수록 푸성귀는 푸성푸성 살아나고
불긋불긋 홍매화처럼 물드는 밥알,
달짝지근한 군침이 입안에 돈다.
젓가락으로 보리밭 지심 매듯 푸성귀를 건져 올리면
아득한 기억의 건너 편에서
고추장에 싸여 고들고들 곤두서는 밥알,
호미날에 걸려 허옇게 넘어지는 할머니의 한숨이었다,
할아버지의 밥상이었다.
보릿고랑 헤아리다 도망쳐온 내 부끄러움이 일어서고 있었다.
"돌아오지 말거래이,"
어머니의 검게 탄 기도가 증폭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월급 봉투와 세금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약한 도시인이 되었다.
이 땅에 영악한 인텔리겐차가 되어
보리밥을 별미로 먹고 있다.
어머니의 평생 먹거리를 한 끼 건강식으로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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