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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손진은
개를 잡아야겠다고 안방에서 식구들이 입을 모은 날
놈은 종일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온 이웃집 개를
대신 달아 매었다.
아파트 문고리에 투웅퉁 빨래 방망이로
놈의 머릴 두들길 때 들리는 음울한 소리
이제는 우리들 볼모가 된 개의
껍데기를 태우고 밖에 걸어 논 솥에서 떠온
보신탕을 불어 가며 먹으면서 생각했다
인간들 결정 하나로 운명이 갈라지는 개들이
우리의 포로인가
이웃집 개를 보고 처음 결심이 바뀐
우리들이 정작 개의 포로인가
대신 죽은 개의 살코기를 씹으면서 줄곧 그 생각을 했다
아침에 나간 개는 돌아오지 않고
매일 마을을 몇 바퀴나 돌아도 나오지 않던 개가
사흘째야 비에 젖은 채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먹다 남은 뼈다귀를 던져 주는 우리들 손
코로 냄새를 맡더니 돌아서는 저놈
그래, 저놈은 틀림없이
제 친구의 것인 줄 알고 있어.
저놈을 보아. 나지막하게 콧김을 뿜으며
제 집 주위를 슬슬 배회하는 모습을 보아,
다가서서 놈의 입에 그 뼈다귀 갖다 대니
주저주저하다가 체념한 듯이 입에다 문다
훈육주임인 듯
으드득 으드득 그놈은
우리들 자존심을 긁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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