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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가 나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나는 내 속에서 작은 물결이 이는 소리를 들었다. 맑고 잔잔한 물 흐르는 소리였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또또에게 그 소리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내 안에도 무수히 많은 다른 '나'가 있음을 말해 주었다.
"그게 누구예요?"
또또가 물었다.
"나야 나. 나나야."
나는 그렇게 말했고 또또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또또는 즐거워하며 프랑스인 친구 쟝에게서 요리를 배운 얘기를 해주었다. 요리는 창조이며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제가 한 요리들을 자랑했다. 비록 뒤에 탈이 나고 말았지만 쟝을 위해 만든 케이크며, 동네 아이들을 초대해 만든 수제비, 그리고 또또는 자기가 인도 홍차를 얼마나 잘 끓이는 지도 말했다.
이제 또또는 더 이상 로봇을 들고 껌을 씹는 서울의 아파트보이가 아니었다. 또또의 남성적인 씩씩함에 나나의 여성적인 섬세함이 보태져 아름다운 한 인간이 된 것이다. 나는 또또의 성장을 축하했다. 그리고 나나는 잘 있는지 안부를 물었다.
"나나는 떠났어요."
"어디로, 나나가 어디 갔니?"
"예. 고향으로 돌아갔어요. 제 고향은 강이래요. 엄마가 그랬어요. 나나도 고향으로 간 거예요. 돌고래도요. 갠지스 강이 고향이래요. 나나가 나비를 주었어요. 하나가 된 두 마리 나비였어요. 나나와 저도 나비처럼 둘이면서 하나인 나예요. 나나의 고향은 어쩌면 제 마음 속에 있는 강일 거예요. 그렇기때문에 나나가 떠났어도 난 슬퍼지 않아요. 누나, 누나와 누나의 나나도 그렇죠?"
"응, 그래. 나나가 있는 강물은 언제나 흐르면서 스스로를 맑게 하겠지."
"누나, 나나를 항상 자유롭게 해 주세요. 그리고 나나의 말에 귀기울여봐요.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들릴 거예요. …… 누나, 나 이제 낮잠 잘 시간이예요. 졸리는 걸요. 행복하세요. 자신을 얽어매지 말고 자유롭게, 언제나, 원하는 일로…… 안녕."
또또가 돌아가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 가벼운 몸이 땅에 처음 딛는 걸음처럼 잠시 흔들리더니 중심을 잡았다. 버스를 타고 바다로 갔다. 나나가 바다가 보고싶다고 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은 꽃잎이 몇 장씩 깔리는 저녁, 나는 잎도 가지도 다 떨군 겨울나무 뿌리처럼 다시 서고 싶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나가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나나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며 그가 내미는 은그물 속에 마음을 눕혔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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