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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없는 세대
김현주
우리들이 만나기 위해 더는 약속이 필요치 않다 우리들은 약속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예민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TV를 켜면 만나지는 얼굴같이 너와 내가 만나는 것은 타성이다 우리들은 그 습관위에서 만난다*
지난 밤 향긋한 입맞춤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거리로 나서는 푸른 잎의 나락, 그 익숙한 손놀림으로 눌려대는 소리들, 발송되지 않던 비무장지대가 화려한 웃음으로, 그 뒷켠으로 숨는다 너무 쉽게 마신 탓일까 초점을 잡지 못하던 두 눈이 쉽게 감긴다 포크에 밀려난 새끼손가락은 더 이상 약속이 아니다 쥐가 잡아먹은 컴퓨터에 작곡가의 가슴이 저당잡히고 하늘에서 잠을 자는 우리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패러디하며 산다
불확실한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는 세대, '위기는 곧 기회'라 외쳐보지만 뼈 곪는 사람들의 울음이 마음씨 좋은 사람들의 광고료가 되는, tv에서 광고료는 분명히 전해진다 오늘밤에도 가격표 붙은 거리엔 주홍빛 아름다운 불빛이 흐른다
* 장정일「약속 없는 세대」일부 인용. 문장부호는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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