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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강진 茶山草堂과 永郞生家에서
백련사는 차로 한 10여분을 강진 쪽으로 가서 차로 백련사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백련사 초입에는 작은 계곡이 흐르고 길은 우측을 따라 숲길로 오른다. 늙은 팽나무와 베롱나무가 절 아래서 손님을 맞이하는 백련사는 터를 몇 개의 계단으로 올린 가장 높은 곳에다 대웅전을 세웠다.
萬景樓라는 누각이 절 앞에 서 있고 그 뒤로 절이 앉아있었다. 만경루는 도장으로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차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으로 개조되어 있었다.
만경루에서 내려다본 구강포 앞 바다의 바라보는 눈 맛은 과히 일품이었다.
저 다산 초장의 천일각에서 바라보는 바다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여기서는 간척지가 별로 보이지 않고 넓은 바다가 훤히 바라다 보였다.
만덕산에 있다고 만덕사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백련사라고 부른다. 신라 말에 창건되고 조선후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건립되었는데 오랜 우리 사찰중 명승대찰중에 하나이다. 만경루 앞뜰에 차나무를 심고 좌로 산행 길을 낸 이곳에는 백련사적비가 뒤편에 있었다.
1681년 숙종7년에 백련사의 오래된 연혁이 잊혀질 것을 염려하여 거북의 몸에 비를 세웠다. 빗돌 머리는 사자의 얼굴을 하였고 거북의 수염과 꼬리가 묘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사적비였다.
백련사를 나오니 어느새 긴 봄날의 해도 서산으로 넘어가는 저녁 무렵이었다. 강진 읍으로 들어서서 영랑생가를 찾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이다.
강진군청에서 200m정도 좌측 도로를 따라 가면 골목길 마지막에 초가로 지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한옥이 산아래 있었다.
영랑 김윤식은 우리 근대 시문학의 서정시인이며 항일 민족시인으로 주옥같은 우리 시를 지어 감성의 씨앗을 뿌려준 시들이다.
집 앞과 주변에는 오월의 모란이 만개하여 피 빛으로 붉디붉은 모란 꽃잎이 손바닥처럼 펼쳐져 있었다. 집 뒤로 오래된 고목의 동백나무 5그루는 아마도 영랑의 시대 전부터 살고 있을 것인데 어찌 저 동백을 노래한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이란 시보다도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란 시가 더욱 유명해 졌는지는 모르나 시비가 있고 장독대 옆으로 비껴선 감나무는 아직 푸른 잎사귀가 보이질 않아 "오매 단풍 들것네"를 읊지는 못하고 여기서 시비에 새겨진 모란이 피기까지를 외어 보았더니 그도 단숨에 외워지지가 않았다. 분명히 전에는 외웠던 시이건만.......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마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누이가 저 장독대에 떨어지는 감나무 단풍잎을 보고
"오매 단풍 들것네"
바로 이 시가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이다.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붙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시장기가 가득 느껴지는 강진에서 우린 짜장면으로 배를 간단히 채우고 어둠이 이제 완전히 내려온 강진을 떠났다.
7시 반이었다. 여기서 창원까지 몇 시간이나 걸릴 것인가.
모든 코스는 다 돌았으니 이제 무사히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강진에서 장흥을 지나 순천을 지나 고속도로에 올려 진주로 마산으로 창원으로 되돌아오니 자정을 지나고 있었다.
멀고도 긴 여정이었다.
시간이야 3일간이지만 그 동안 다닌 행적은 정말 대단한 노정이었다.
출발하면서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하나같이 이루어지고 만사 무사히 많은 인간사 모습을 경험하고 느끼고 알고 배우고 왔다.
그렇다. 여행은 이렇게 처음에 내가 생각하고 떠난 것처럼 훌훌훌 훨훨훨 털고 가서 탈 탈 턴 가슴에 가득가득 담고 새기고 넣어서 오는 길이 여행길이리라.
와서 긴 여정의 사연 사연을 여기에 세세히 옮겨 적고 나니 이제야 긴 여행을 다 마침 기분이다.
오늘은 정말로 남도 일 번지 보길도와 진도 강진을 다 적었으니 모처럼 진한 휴식을 혼자서 가져보련다.
남도 가서 보고 느낀 사연을 요약하라면 그곳에도 이곳처럼 사람 사는 고장이며 인정과 삶이 엉키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고 말하리라.....................
<끝>
2000. 05. 23.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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